[김선일씨 '피살 충격'] 美軍, 피랍사실 정말 몰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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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나무역 직원 김선일씨가 이라크 테러단체에 납치된 뒤 끝내 주검으로 발견될 때까지의 과정을 돌이켜보면 최대 의혹의 하나는 과연 '현지 미군이 김씨의 피랍사실을 몰랐을까'하는 부분이다.
가나무역 김천호 사장은 23일 "미군측으로부터 어떤 피랍사실도 통보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이는 기존 입장을 뒤바꾼 것으로 김 사장은 그동안 "이라크 북부 모술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부대측으로부터 김씨의 실종사실을 지난 16∼17일께 통보받았다"고 증언했었다.
이에 대해 신봉길 외교부 대변인은 "한국군 관계자가 현지 미군 지휘관에게 협조를 요청하면서 피랍사실을 확인해 봤으나 미군 어느 누구도 모르고 있었다"며 "미군 당국도 CNN보도를 통해 (김씨 납치사실을) 알았다고 답변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세계 최강의 정보력을 자랑하는 미군이 자국군의 생명이 극도로 위협받는 상황에서 이만한 사실도 파악하지 못했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게 군사전문가의 공통된 견해다.
이에 따라 △미군이 피랍사실을 인지했으면서도 사실이 알려질 경우 한국군 추가파병이 거센 반대 여론에 부딪칠 것을 우려했을 가능성 △모술에 주둔한 미군부대가 상급부대에 보고하지 않을 가능성 △김씨 납치사실이 미국 정부를 거쳐 한국 정부에 알려졌는 데도 정부가 파병 등 미묘한 사안을 감안해 발표 시기를 늦췄을 가능성 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사설 경호업체가 김씨를 납치한 테러단체와 협상을 벌이게 된 배경도 아리송하다.
이라크에 진출한 한국 민간 경호업체인 NKTS의 현지 파트너인 오베이디씨는 23일 MBC라디오에 출연, "한국대사관에서 나온 사람의 부탁을 받고 접촉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외교부는 오베이디씨에게 부탁한 것인지에 대한 확인을 꺼리면서 이라크 종교단체를 통해 간접적으로 김씨 석방을 호소한 것이 사실상 교섭노력의 전부임을 실토했다.
최승욱 기자 sw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