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개미'들 선물시장 장악] '원인과 향후 전망'

개인이 선물시장을 통해 현물시장을 흔드는 현상이 나타난 이유는 무엇보다 국내 증시의 체력이 완전 바닥났기 때문이라는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실제 작년 6월부터 올해 4월 말까지 25조원어치 주식을 산 외국인은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관망세로 돌아선 상황이다. 외국인은 5월 이후 이달 24일 현재까지 6천억원 정도의 주식을 순매수했을 뿐이다. 비중이 60%에 달하는 개인의 증시 이탈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고객예탁금은 지난해 말 9조5천4백억원에서 현재 8조2천3백억원으로 1조3천억원가량 감소했다. 기관은 프로그램 매매에만 의존할 뿐 증시 안전판 역할을 포기한 지 오래다. 이로 인해 주식거래는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거래소시장의 거래대금은 이달 들어 1조원대 후반∼2조원대 초반에 머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개인이 선물ㆍ옵션 시장으로 발빠르게 이동, 현물시장에까지 그 영향력을 확대해 가고 있다. 선물시장은 매매대금의 15%만 증거금으로 내면 거래가 가능해 '실탄'의 6배 이상 '레버리지 효과'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선물옵션 예수금이 작년 말 2조9천5백억원에서 3조5천9백억원으로 20%(6천억원) 이상 급증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전문가들은 이달 말 미국의 금리 인상폭이 가시화되고, 2분기 실적이 발표돼 증시가 방향성을 찾을 것으로 보이는 다음달 중순까지는 '개인 선물의 증시 주도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종우 한화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한국과 미국 기업의 2분기 실적이 모두 예상보다 좋을 것이라는 관측이 강하다"며 "7월 중순 이후 양호한 기업실적이 발표되면 외국인이 다시 매수 물량을 늘려 시장 체력이 다소 강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종국 삼성증권 투자전략센터장은 "미국과 중국의 금리 인상 윤곽이 드러나고 국내 내수경기 회복 여부가 판명되는 올 3분기까지 증시가 방향성을 잡지 못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고 전망했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