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IT기업, 정치로비 적극 나서

미국 첨단기업들의 대(對)정치권 로비가 눈에 띄게 확대되고 있다.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다른 기업들과 달리 기술개발에만 전념,정치권을 외면해왔던 이들은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 처리,외국인 기술자 채용,온라인 판매 세금 부과 등 영업이나 수익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법안들이 속속 상정되자 의회 로비를 대폭 강화하고 있다. 포천지 선정 5백대기업에 들어가는 첨단기술회사들이 정치권 로비에 쏟은 금액은 지난해 3천8백90만달러로 5년 전인 1998년의 2천2백10만달러에 비해 2배 가까이 늘었다. 첨단기업들이 로비에 눈을 뜬 것은 지난 96년 의회가 인터넷 서비스에 영향을 미치는 통신법을 제정하면서부터.이때부터 마이크로소프트(MS)를 비롯한 첨단 기술회사들은 로비스트를 고용하기 시작했다. MS는 로비를 위해 워싱턴 사무소에 직원 19명을 배치했다. 시스코시스템스는 썬마이크로시스템즈 등 다른 첨단 기업과 함께 이번주 정치시위를 후원할 예정이다. 인터넷 경매회사인 e베이도 2000년부터 로비 자금을 대폭 늘려왔으며 지난해에는 56만달러를 썼다. 첨단기업들이 정치권 로비에 적극 나선 것은 관련법들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우선 많은 의원들이 스톡옵션을 비용으로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시스코시스템스나 썬마이크로시스템즈에 비상이 걸렸다. 이들은 스톡옵션을 비용으로 처리할 경우 주가가 급락하게 되고 직원들에게도 스톡옵션을 주기 어렵게 된다며 캘리포니아주 팔로 알토에서 반대 시위를 후원할 예정이다. 일부 의원들은 국내 일자리를 줄이면서 해외인력 채용을 확대하는 기업에 불이익을 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첨단기업들이 이를 저지하기 위한 로비도 벌이고 있다. 온라인 판매에는 판매세가 붙지 않지만 영업장이 있는 주에서 온라인 판매가 이뤄지는 경우에는 판매세를 매겨야 한다는 법안을 일부 의원들이 준비 중이어서 e베이나 델컴퓨터가 이를 저저하기 위해 로비를 강화하고 있다. 뉴욕=고광철 특파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