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창투사 '배짱'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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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투자회사들의 프라이머리 대출채권담보부증권(CLO) 상환 만기 사흘전인 지난 25일 오전.
"프라이머리 CBO(채권담보부증권)가 연장되니까 우리도 당연히 될줄 알았다. 기술신용보증기금 담당자한테 '너무한게 아니냐'고 항의 좀 해달라."(T벤처 관계자)
"지속적으로 상환에 대한 예고를 했는데 못하겠다는 것은 '모럴해저드'다. 만기연장계획은 없다."(기술신보 관계자)
만기일인 28일 오전."기술신보의 판단에 따를 것이다. 만기연장이 필요하다면 보증제한을 풀어줄 것이다."(재경부 관계자)
28일 만기가 도래한 창투사들의 1백25억원 규모의 프라이머리 CLO 상환을 앞두고 전화를 건 기자에게 창투사와 기술신보,재경부가 벌인 '신경전'의 일단이다.
결국 이날 프라이머리 CLO 대출금을 상환해야 했던 4개 기업중 3개사는 대출금의 일부만 상환하고 나머지는 일반보증을 통해 만기를 연장받았다.
물론 이같은 해결책이 이들 입장에선 불가피한 면도 있다. 창투사들의 경우 투자기업의 코스닥등록이 어려워 투자자금 회수가 힘겨운 상황이다. 따라서 벤처기업들이 발행한 4천5백억원어치의 프라이머리 CBO에 대해 기술신보가 지난달 만기연장해준 전례를 감안하면 어떤 수를 쓰든 만기연장을 이끌어내야 했을 것이다.
기술신보로선 원칙대로 CLO 상환을 집행해봤자 기본재산만 더 축나기 때문에 창투사들의 요구를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정부,공기업,일부 창투사의 '누이 좋고 매부 좋은' 타협안이 앞으로 다른 시장참여자들에게 미칠 영향까지 고려한 것인지 걱정이 앞선다.
"만기연장은 안된다는 기술신보의 으름장에 빌린 돈을 전부 갚았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우리 회사만 바보가 된 것 같다"는 한 창투사 담당자의 볼멘소리가 가슴에 와닿는 것은 기자 혼자만의 느낌이었을까.
임상택 벤처중기부 기자 lim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