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자금 '대이동' .. 예탁금.주식형 줄고 ELS.적립식에 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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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주변 자금이 갈수록 분산되고 있다.
전통적 주식투자 자금인 고객예탁금과 주식형펀드의 잔고는 줄고 있는 반면 적립식펀드,주가연계증권(ELS),ELS펀드(ELF),해외투자펀드,실물자산펀드 등 간접상품에는 자금이 꾸준히 몰리고 있다.
선물에도 투기성 자금이 몰리는 등 증시자금 흐름의 변화가 뚜렷하다.
증시 전문가들은 저금리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주가 변동성마저 확대돼 전통적 주식투자로 수익을 내기 어려워진 결과라고 분석했다.
김석규 B&F투자자문 사장은 "저금리와 주가 변동성 심화라는 요인이 맞물리면서 개인투자자들의 기대수익률이 점차 낮아지는 분위기"라면서 "개인의 투자성향이 '고위험·고수익'에서 '저위험·저수익'으로 변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감소하는 전통적인 주식투자자금
지난해 3월부터 올 4월까지 1년여간의 대세상승기 동안 국내자금이 증시를 대거 이탈했다.
개인들의 주식매수 대기자금인 고객예탁금은 작년 3월말 11조1백억원에서 현재 8조3천2백억원으로 2조7천억원 격감했다.
투신사(자산운용회사)의 순수 주식형펀드 역시 3조3천억원 줄었다.
대세상승기에 개인자금이 증시를 이탈한 것은 국내 증시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는게 증권업계의 설명이다.
박승원 서울증권 투자분석팀장은 "신용카드 연체,부동산 매입 등으로 가계의 자금사정이 악화된 것이 근본 원인이겠지만 갈수록 심해지는 주가변동성,주식투자를 대체할 수 있는 신상품 개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즉 주식을 팔아 빚을 갚거나,비록 기대수익은 낮지만 보다 안정적 신상품으로 발걸음을 돌렸다는 설명이다.
◆안정적인 투자상품으로 자금 이동
적립식펀드,ELS,해외투자펀드 등에는 돈이 꾸준하게 유입되고 있다.
지난해 3월 이후 지금까지 증권사의 ELS 판매규모는 약 5조3천억원이며 투신사 ELF는 약 3조6천억원에 이른다.
'원금보전'을 추구하면서도 시장상황에 따라 금리이상의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매력이 투자자들에게 어필한 결과로 풀이된다.
목돈을 한꺼번에 투자하는 일반 주식형펀드와는 달리 매달 일정금액을 장기간에 걸쳐 분산투자하는 '적립식펀드'의 계좌수가 급증하고 있는 점도 새로운 트렌드다.
삼성 한국 대한 푸르덴셜 KB 미래에셋 랜드마크 등 7개 투신사의 적립식펀드 계좌수(금액)는 작년말 4만6천9백개(1천3백24억원)에서 올 5월말 현재 21만4천3백개(4천1백억원)로 급증했다.
백경호 KB자산운용 사장은 "주식투자를 은행에 저축하는 개념으로 접근하는 장기 투자자들이 그만큼 늘어나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물론 안정적인 투자성향이 확산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선물에 부동자금이 쏠리는 등 투기성향이 강해지고 있는 측면도 있다.
전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작년말 2조5천억원이었던 선물예수금 규모가 현재 3조6천억원으로 늘어났다"면서 "일부 투자자들의 투기성향은 더욱 강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