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분 기억력속의 사랑 방정식 .. 오가와 요코 '박사가 사랑한 수식'

지난 91년 일본 최고 권위의 아카타가와 상을 수상한 오가와 요코(42)의 최신작 "박사가 사랑한 수식"(이레)이 번역돼 나왔다. 책은 교통사고로 뇌를 다친 이후 기억력이 80분만 지속되는 한 박사와 그를 간호하는 한 파출부의 우정과 사랑을 애틋하게 그렸다. 예순네 살의 노(老) 수학자와 스물여덟 살의 미혼모 파출부 '나',그리고 '나'의 열살짜리 아들 루트,세 사람은 수학과 야구라는 공통분모로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 나간다. 천재 수학자인 박사는 교통사고를 당해 뇌를 다친 이후 기억력이 80분간만 지속되는 희귀병에 걸린다. 사고 이전의 기억은 고스란히 남아 있지만 사고를 당한 이후로는 매번 모든 일을 80분만 지나면 까맣게 잊어버리는 것이다. 이런 박사를 보필하기 위해 파출부로 파견된 '나'는 박사와 매일 아침 만날 때마다 낯선 사람 취급을 받으며 똑같은 질문을 주고받는다. 박사는 '나'의 아들의 평평한 머리가 모든 수를 포용할 수 있는 루트 기호와 닮았다며 '루트'라는 별명을 지어준다. 우연히 한신 타이거스의 팬임을 알게 된 두 사람은 함께 같은 팀의 선수를 응원한다. 박사는 루트에게 80분의 기억이 허락하는 한도에서 무한한 사랑을 주고 그런 박사에게서 루트는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할아버지의 따스한 정을 느낀다. 책은 지난해 8월 일본에서 출간된 이후 지금까지 20만부 이상 판매됐다. 제55회 요미우리 문학상(소설상)과 제1회 서점대상 등을 수상하며 작품성과 대중성 모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요미우리 신문은 "정수 소수 같은 수학 용어가 서서히 시의 언어로 다가온다. 지금까지 보지 못한 신선한 소설"이라고 평했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