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運七技三..이팔성 <우리증권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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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팔성
세간에 운칠기삼이란 말이 있다.
어떤 일이나 인생의 성공에는 개인의 노력이나 능력보다는 행운과 우연이 더 많이 작용한다는 얘기다.
그런데 왜 이런 말이 우리 사회전반에 퍼져 있는 것인가.
얼마전 동창들과의 술자리에서 성공한 친구 얘기가 나왔다.
학창시절 워낙 조용하고 특별히 두드러지는 것도 없어 잘 기억도 나지 않는 그 친구가 엄청난 재산가가 됐다는 얘기에 모두들 부러움 반 호기심 반으로 그 재산 형성과정에 대해 귀를 세웠다.
이런 저런 연유를 들으면서 모두들 '역시 운이 따라야 돼!'라는 한마디로 결론이 모아지고 자리는 파했다.
집으로 가면서 나는 '진짜 운이 전부인가'라는 데에 일견 고개가 끄덕여지면서도 무언가 찜찜함을 떨칠 수가 없었다.
사실 부모에 따른 여러 유전적,사회적 우위로 인한 행운의 우열이 원천적으로 존재하는 데다,그냥 대충 하는 것 같은데 손대는 것마다 잘되는 사람이 있는 반면,성실하고 열심히 살아도 형편이 나아지지 않는 사람들이 있는 것을 보면 '운'이란 분명히 존재하는 것 같다.
그러나 여기서 간과해선 안될 것은 운이 존재한다고 그것을 전부로 생각하면 곤란하다는 점이다.
즉 운은 통제불능으로 불규칙적이고 비합리적이지만 노력은 투입 대비 산출물이 예견되는 특성을 갖고 있다.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요소로 어차피 누구에게 언제 어떻게 갈지 모르는 운보다는,한발 한발 자신의 목표를 향해 디딜 수 있는 노력이 진정 의미있는 결정요소가 아닌가 한다.
결국 '운칠기삼'이란 뭔가 잘 풀리지 않고 어려울 때 그 원인을 내가 아니라 나의 밖으로 돌리는 편안한 위안거리에 불과하며,문제의 진정한 해결책을 점점 더 숨겨버리는 블랙홀 같은 함정이다.
기회는 준비하는 자의 것이라는 격언에서 보듯,엄청난 기회의 행운이 이어져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노력을 하지 않는 자에겐 그저 평범한 일상에 불과할 뿐이며,로또복권에서 보듯 어쩌다 행운이 오더라도 잠깐 자신의 곁에 머물다 가버려 그것이 도리어 불운으로 바뀌는 경우가 너무나 많이 있다.
'천재는 99%의 땀과 1%의 영감(spirit)으로 이루어진다'는 에디슨의 신념이 나타내듯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피나는 노력과 열정만이 성공의 열쇠라는 평범한 진리이며,운칠기삼 같은 핑계는 벗어던져야 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