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기술 잡자" .. 장외기업 '사냥' 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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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기업들이 잇따라 장외업체 '사냥'에 나서고 있다.
기존 사업의 성장성에 한계를 느낀 기업들이 앞다퉈 '돈되는 사업분야'로 뛰어드는 것이다.
얼마 전까지 우회등록을 노리는 장외기업들이 코스닥시장 내 부실기업을 헐값에 사들이는 사례가 빈번했던 것과는 반대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신사업 겨냥한 인수전 활발
29일 코스닥증권시장과 증권업계에 따르면 휴대폰 생산업체인 VK는 지난 23일 단말기용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인 위더스텔레콤을 계열사에 편입시켰다.
위더스텔레콤 지분 51%(2만4백주)를 2억3천만원에 사들인데 따른 것이다.
VK 관계자는 "연구개발 역량을 강화해 다양한 신제품을 개발하는 등의 시너지 효과를 얻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플랜트공사 전문업체인 금화피에스시는 최근 반도체 및 액정표시장치(LCD) 관련 업체인 에스엔제이인터내셔널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분 47.45%(15억원)를 인수,자회사로 만들었다.
회사측은 "금화피에스시의 자금력과 에스엔제이인터내셔널의 기술력이 합쳐지면 시너지 효과가 클 것"이라고 기대했다.
부직포 제조업체인 한올은 '굴뚝기업'의 이미지를 벗기 위해 인터넷서비스업체인 짚코드의 지분 84.71%를 44억여원에 취득했다.
짚코드는 KT의 자동 주소변경 서비스(KT무빙서비스)를 개발,위탁관리하는 업체다.
한올 관계자는 "유망 신사업에 진출해 성장성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말했다.
무선데이터 통신기기 생산업체인 씨엔아이는 무선네트워크 솔루션 업체인 피델릭스와의 합병을 추진 중이다.
벨코정보통신과 포커스는 MP3플레이어 사업에 진출하려고 장외업체와 인수계약을 체결했다.
케이앤컴퍼니(옛 비젼텔레콤)도 유상증자를 통해 PDA(개인휴대통신) 제조업체인 지메이트 지분 35.9%를 취득할 예정이다.
이스턴테크도 이동통신 관련 계측기 생산업체인 모벤스와 흡수합병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통신장비 업체인 한원마이크로는 LCD장비업체인 솔트론과 포괄적 주식교환을 추진하고 있다.
◆주가 급등락에 유의해야
증시 전문가들은 장외 기업 인수를 재료로 주가가 급등락하는 사례가 많아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 VK 주가는 위더스텔레콤에 대한 출자사실이 공시된 지난 23일부터 5일(거래일 기준)연속 올랐다.
공시 전 주가는 5일 연속 하락세였다.
포커스는 우영디지털 인수 공시후 첫 거래일인 21일부터 나흘 연속 상한가까지 올랐다가 이후 상승세가 꺾였다.
이스턴테크는 모벤스와 합병 양해각서를 체결한 사실이 알려진 28일 7% 가량 급등했다가 하루만에 7% 가량의 급락세로 돌아섰다.
케이앤컴퍼니는 지메이트 인수 계획이 공시된 직후인 23일부터 5일 연속 내림세였다.
대우증권 신동민 연구원은 "코스닥시장이 방향성과 모멘텀을 상실하면서 현금을 많이 보유한 코스닥기업이 차세대 성장동력 확보 차원에서 기술력과 지식재산권 등을 가진 장외업체에 눈독을 들이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신 연구원은 그러나 "주가급락 여파로 제값을 받기 어려워지자 매물로 나온 코스닥기업의 수가 줄었고 장외기업에 의한 코스닥기업의 인수합병 협상도 무산되는 사례가 많아진 것으로 파악된다"고 덧붙였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