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포커스]시원한 생수, "시장은 뜨겁다"

[앵커] 취재 포커스 시간입니다. 날씨가 더워지면서 여러분들도 물을 많이 드실 겁니다. 요새 편의점이나 수퍼에 물을 사러가면 참 여러가지 생수가 진열대에 올라있는 것을 보실 텐데요. 오늘은 경쟁이 점차 심화되고 있는 국내 생수시장 동향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취재기자 나와 있습니다. 먼저 생수시장 현황부터 살펴보도록 하죠. 얼마나 많은 회사가 생수시장에 진출해있고, 또 경쟁상황은 어떻습니까? [기자] 네 생수회사의 정확한 숫자는 파악하기 힘듭니다. 지방 중소업체, 또 먹는 샘물 협회에 가입하지 않은 업체들이 많기 때문에 확실한 업체 수는 집계하기 어려운 게 사실입니다. 일단 샘물 협회에 등록된 업체 수만 보더라도 2003년 기준으로, 모두 64개 업체나 됩니다. 생수분야는 다시 페트병에 든 제품과 배달시켜 먹는 대형 벌크형으로 나눠집니다. 페트병 분야만 살펴본다면 농심 삼다수가 1위를 점하고 있고, 벌크형에서는 현재 동원샘물이, 또 페트형과 벌크형 전체를 따져보면 진로석수가 1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여기서 국내 생수시장 규모를 살펴보겠습니다. 우리 나라 먹는 샘물 시장은 해마다 10%가 넘는 고속 성장을 하고 있다. 지난 99년 1270억원이던 시장규모가 작년에는 두 배 가까운 2500억원 규모로 확대됐고 수요가 급증하면서 올해는 특히 시장이 작년보다 20% 가까이 성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특징이 있다면, 벌크형 생수는 조금씩 비중이 축소되고 있고, 대신 페트병 생수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추셉라는 점입니다. [앵커] 생수시장이 정말 많이 성장하고 있는데, 따라서 최근 이 부분에 신규 진출하는 사업자도 많아진 게 사실 아닙니까? [기자] 맞습니다. 쉽게 말해서 최근 경향은 음료를 생산하는 회사라면 거의 모든 사업자가 먹는 샘물을 생산하고 있다고 보면 됩니다. 주 사업이 음료가 아니더라도 특히 올해 들어서는 생수시장에 새롭게 진출하는 회사가 늘고 있습니다. 대한항공의 자회사인 한국공항이 기내에서만 공급하던 ‘제주광천수’ 시판에 들어갔고, 생수시장 진출을 공공연히 밝혀온 남양유업이 드디어 지난 28일 제품 출시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외국 유명 생수회사의 국내 진출도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국내에 들어온 첫 외국계 생수회사 에비앙의 경우 현재 외국산 생수제품의 85%를 점유하고 있는데 최근 롯데칠성과 손잡고 롯데의 유통망을 이용해 시장점유율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세계 최대 생수업체인 네슬레도 올 초에 풀무원샘물과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국내 샘물시장 강자 자리를 노리고 있습니다. [앵커] 그런데, 처음에도 말했듯이 현재 60개가 넘는 생수회사들이 이미 시장에 포진하고 있는데 기업들이 이렇게 너나 없이 생수시장에 뛰어드는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기자] 네, 시장이 포화상태라는 것은 벌써 몇 년 전부터 흘러나오고 있는 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기업을 중심으로 계속 생수시장에 진출하는 업체가 많아지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먼저 전문가의 생수시장 전망부터 들어보겠습니다. 인터뷰) 송지현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 “일단 국내 생수시장은 성장가능성이 굉장히 높다. 현재 1인당 연간 페트병 생수 소비량 자체가 해외 국가에 비해서 현저하게 낮다. 아시아평균의 절반에도 못미친다.” 쉽게 정리하자면 한마디로 성장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는 설명입니다. 송 연구원이 잠깐 언급하기도 했지만 현재 우리나라 국민의 연간 평균 페트병생수 소비량은 3.8리터에 불과합니다. 서유럽이나 북미는 말할 것도 없고 가까운 일본의 경우 7.2리터로 우리의 두 배 가까이 되고, 아시아 평균 6리터에도 훨씬 미달하고 있습니다. 우리보다 경제 규모가 7배 정도인 일본의 생수 소비량이 우리의 두 배정도 안된다고 생각하시는 분이 계실텐데, 일본의 경우는 물도 물이지만, 생수대신 마시는 페트병 녹차 소비가 일인당 20-25리터나 됩니다. 따라서 일본에서는 녹차가 실질적으로 음용수로서의 의미를 갖기 때문에 생수류 소비량은 우리보다 8배나 많은 일인당 30리터가 넘는다는 계산이 가능합니다. [앵커] 네, 아직 외국수준만큼에는 못미치지만 그래도 국내 생수시장도 한해 10% 넘게 고속성장을 하고 있다고 했는데, 성장성이 높다는 것 외에 국내 생수시장이 뜨거워지는 이유는 그밖에 어떤 것이 있을까요. [기자] 네, 무엇보다 먹는 샘물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변화가 빠르게 수요로 연결되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예전에는 집에서 물을 끓여 먹으면 됐지 왜 따로 돈을 들여서 물을 사먹느냐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그렇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깨끗한 물, 건강한 물에 대한 수요가 증가했다고 판단됩니다. 또 생수 자체에 대해서도 예전에는 물이면 다 같은 물이라는 생각에서 칼슘과 마그네슘 등 생수에 포함된 무기질 성분도 따지고, 물 맛까지 생각하면서 자연스럽게 생수에 대한 브랜드 선호도도 생기게 됐습니다. 또한 음료시장 자체가 100%주스, 탄산음료 등 진하거나 첨가물이 많은 것에서 이제는 맛이 그다지 강하지 않은 것, 탄산함유도 적은 것으로 음료시장 구조 자체가 변하고 있다는 것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그렇지만, 무엇보다 대기업들이 생수시장에 속속 진출하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한 기업은 바로 농심입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국내 생수시장은 성장성이 높지만 대기업들이 쉽게 뛰어 들지 못하고 있었는데 이 불확실성이 농심의 성공으로 상당부분 제거됐다는 분석입니다. 지난 98년, 농심이 처음 생수시장에 진출했을 때, 당시 생수 업계는 물론이고 전문가들조차 ‘과연 제대로 자리나 잡을 것이냐’는 회의론이 앞섰습니다. 그러나 이내 농심은 탄탄한 유통망과 제주 화산암반수라는 차별성, 여기에 상대적으로 높은 운송비로 인해서 소매가격이 다른 생수제품보다 비쌌다는 점과 벌크형을 생산하지 않아 고급제품이라는 인식이 생겨나면서 출시 첫해부터 돌풍을 일으켰습니다. 이후 판매가 꾸준히 증가해 페트병 생수부문에서 98년 14%이던 시장점유율이 작년에는 37.5%까지 급상승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 추세대로라면 올해 15%, 내년에는 16% 넘게 삼다수 판매가 증가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농심은 생수판매성공에서 온 자신감을 바탕으로, 홍삼수처럼 생수 대용으로 먹을 수 있는 음용수 개발과, 웰치쥬스 판매 등 음료수 부문을 새로운 성장동력의 하나로 키우고 있습니다. [앵커] 생수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사건 중의 하나가 지난 월요일 남양유업이 생수 출시 계획을 밝힌 사실 아닙니까? 남양유업의 경우도 농심처럼 생수시장에서 성공을 거둘 수 있을까요? [기자] 전문가들은 농심이 처음 먹는 샘물 사업에 뛰어들었을 때처럼 남양유업의 생수사업 진출 역시 조심스럽게 바라보고 있습니다. 남양유업의 경우 분유시장에서 확고한 위치를 점하고 있고, 음료사업에서도 나쁘지 않은 성과를 거뒀지만, 농심처럼 대단위 영업망을 갖추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일단 시장에 안정적으로 자리잡기가 그리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생수판매 전략에 대해 남양유업 관계자의 설명을 들어보겠습니다. 인터뷰) 최경철 남양유업 홍보파트장 “올해로 남양유업 창사 40주년을 맞는다. 올해 사업다각화를 통해 매출 1조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생수시장 진출도 여기의 하나이며, 기존의 소매유통망에 현재 남양이 구축해 놓은 우유배달망을 이용한 판매전략을 구상하고 있다.” 쉽게 말해서, 지금까지 페트병 생수는 보통 편의점에서 구입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집에서 우유를 배달해 먹는 것 처럼 페트병 생수를 배달해주는 마케팅 전략을 도입하겠다는 설명입니다. 남양유업의 생수 이름은 ‘석간수’로 정해졌습니다. 국내 처음으로 노령산맥의 천연암반수를 사용하고, 0.5리터와 2리터짜리 생수를 7월 10일에 출시할 계획입니다. 남양유업이 후발주자라는 약점을 극복하고 농심 삼다수처럼 성공을 거둘 수 있을지 여부는, 우유배달망을 판매망으로 이용한다는 새로운 시도가 얼마나 실효를 거두느냐에 달려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앵커] 수고했습니다. 오늘 취재포커스 시간에는 시장 성장 가능성이 높은 먹는 샘물 시장의 동향을 짚어봤습니다. 이문석기자 mslee@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