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족 노동영웅의 비참한 삶..조선족 작가 림원춘씨 장편소설 '족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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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활동 중인 조선족 작가 림원춘씨(67)의 장편소설 '족보'(하이비전)가 출간됐다.
지난 84년 단편 '몽당치마'로 중국우수단편문학상을 수상한 림씨는 97년 중국국가문학상을 수상하면서 중국 정부로부터 '국가 1급 작가' 칭호를 받았다.
중국내 56개 소수민족 중 국가 1급 작가 칭호를 받은 것은 그가 처음이다.
'족보'는 한국전쟁과 문화혁명,그리고 급격한 개방화를 경험하며 중국에서 살아온 한 조선족 가족의 애환을 그린 작품이다.
주인공 문경천은 전업 작가다.
그는 생후 1주일만에 세상을 떠난 것으로 알려진 생모 허인숙으로부터 전화를 받고 양로원으로 찾아간다.
그의 생모는 한때 노동 영웅으로 칭송됐지만 문화혁명 후 외간 남자와 바람 피운 것이 들통나 주변으로부터 고초와 멸시를 받아온 인물.
소설은 족보에 오를 수 없는 주인공의 출생 비밀을 풀어가면서 조선족 출신 노동 영웅의 비참한 현실과 문화혁명 시기의 중국 사회에 대한 비판의식 등을 담아낸다.
림씨는 "중국은 해방전쟁 이후 수많은 모범 인물과 영웅을 만들어 왔다.
그러나 나는 그들을 '희생자'라고 부른다.
그들은 새로운 영웅에 의해 뒷전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었고 과거의 영웅들은 지금 양로원에서 비참한 생활을 하고 있다.
그들의 삶을 이번 소설 '족보'에 담아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