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더블딥에 대한 우려..崔公弼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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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호조로 경상수지 흑자가 최고수준을 기록한 가운데 내수경기는 최악 상황을 경험하고 있다.
수출과 내수의 단절은 생각보다 심각하다.
세계화의 파장이 이토록 심각한 이유는 경쟁력에 따른 세계적 평가가 진행됨에 따라 전형적인 수출과 내수의 연결고리가 상실됐기 때문이다.
세계적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이제 경쟁력없는 생산요소는 더 이상 활용하기 어렵다.
따라서 여러 방면의 양극화는 우리 경쟁력에 대한 거대시장의 냉정한 평가결과다.
아시아지역이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소위 수출 위주의 이중구조경제(dual economy)에서 경쟁환경에 노출되지 못한 비교역재부문은 개방환경에서 심각한 생존위협에 처할 수밖에 없다.
경제여건이 어려운 가운데 노사문제가 첨예화되는 이유는 기존 이익을 보호하려는 결과다. 반면 사회안전망마저 미비돼 일순간에 경쟁에서 뒤처진 부분은 사회적 이슈로 부각될 수밖에 없다.
이런 맥락에서 사회적 형평성이 강조되는 현실은 자칫 판단을 그르칠수 있다.
보호막에 가려 실력발휘도 못해보고 경쟁대열에서 낙오된 부분을 살리기 위해 필요한 것은 재분배차원의 정의가 아니라 경쟁력 제고노력이기 때문이다.
외환위기 이후 금융회사들의 가계부문에 대한 신용공여가 늘어나면서 현실에 대한 착시현상을 경험했으며 이제 부채상환능력이 소진되면서 우리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깨닫기 시작했다. 소득이 뒷받침되지 않은 신용흐름으로 유지되는 자산가격은 조정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으며 그 과정에서 소비위축은 불가피하다.
양극화된 산업기반은 서민경제의 어려움이 상당기간 지속될 것을 시사한다.
더욱이 부채를 더 늘리기 어려운 상태에서 자산을 가진 민간주체들의 씀씀이가 줄어들다보니 내수관련 업종의 침체는 고용여건악화와 투자지연, 공동화와 맞물려 경제의 기본적 지지기반마저 흔들고 있다.
따라서 현 경기침체는 가계부문의 대차대조표 조정으로 불가피하게 경험하게 되는 과정이다.
부채상환을 위해선 자산매각에 나서야 하나 이 또한 거래기회의 상실로 쉽지 않은 상태이며 가계부문은 본격적인 유동성 제약하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은행대출의 절반 이상이 부동산 담보대출인 상황에서 거래 위축이 가져오는 자산조정압력(deleveraging)은 예상보다 크다.
소위 상계대출 또는 양건거래로 야기된 특정지역의 버블 때문에 경제 전체의 신용흐름이 경색되기 시작한 것이며 이러한 피해는 이미 어려워진 서민경제를 더욱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부동산 안정의 효과가 서민경제를 짓누르는 구조적 문제로 상존하는 한 향후 소비여력이 쉽게 확충되기 어렵다.
새로운 신용을 공여할 곳이 마땅치 않은데다 위험에 대한 평가자체가 세분화되기 어려운 금융부문의 취약성이 당장 제거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 더블딥의 우려는 앞으로 트리플딥이나 장기침체로 확산될 수도 있다.
자체적 추진력이 저하된 경제로서 해외요인의 개선에 더욱 기대를 걸 수밖에 없다.
그러나 해외요인도 쉽게 낙관하기 어렵다.
따라서 미래를 대비하는 차원에서 현상황에 대한 냉철한 판단이 중시돼야 한다.
첫째,우리경제가 앞으로 나아가려면 성장잠재력을 확충하기 위한 시장분위기 개선이 절실하다.
고용을 창출할 수있는 여건은 국적불문하고 중요한 투자의 잣대이다.
더 이상 원죄적 문제시정차원의 원론적 개혁원칙만 되풀이하지말고 기업가들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데 모두 동참해야 한다.
일자리와 성장이 중요하다면 그것을 이뤄낼 수 있는 주체들에게 당연히 힘을 실어줘야 한다.
둘째,금융부문은 소극적 태도를 벗어나 보다 적극적인 위험파악과 대출위험분산에 주력해야 한다.
수출과 내수의 연결고리 회복도 안정적이고 다변화된 신용흐름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시장안정을 위한 조치도 시장기능을 저해하지 않는 대원칙 하에서 평가되고 집행돼야 한다.
아무리 상황이 어렵더라도 시장에서 요구하는 변화를 우리 스스로 적극 수용할 수 있다면 현재의 어려움은 분명 또 다른 도약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