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週 5일 근무시대' 열렸다] 직장인 K씨의 '주말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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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이다. 월요일이 지난지 얼마되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 주말이라니…. 정말 TGIF(Thanks God, It's Friday)다.
내일은 주말 영어회화반에 참석해야 한다.
3개월간의 집중코스.
사내에 팀을 구성하고 원어민 강사를 초청해 수강한지 벌써 1년이 넘었다.
이제는 어느 정도 말문이 트였다.
토요일과 일요일 이틀간을 영어에 파묻혀 지내는 교육 방식 덕택이다.
다음달에는 토익시험에도 도전할 생각이다.
주5일 근무를 시작한지 2년 된 직장인 K씨.
회사가 새로운 제도를 도입한 후 그의 일주일은 바빠졌다.
'단기간에 집중해서' 생활하는 패턴이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처음 주5일 근무를 처음 시작했을 때만 해도 회사에서의 하루하루는 힘겨웠다.
6일 동안 처리할 업무를 5일에 마쳐야 했던 탓이다.
익숙하지 않은 주말 연휴를 소화하는 것도 쉽지 않기는 마찬가지.
종일 집에서 텔레비전과 비디오만 만지작거렸다.
방에 틀어박혀 지내는 '코쿤족'의 전형이었던 것.
그러다 보니 짜증을 내게 되고 아내와의 말다툼도 잦아졌다.
집에 있는 것이 지겨우면 슬쩍 빠져 나와 회사로 향하기도 했다.
밀린 일이라도 처리하기 위해서다.
당시는 회사에서 마주치는 동료들도 꽤 있었다.
주5일 근무제를 적극적으로 지지했고, 그것으로 전혀 다른 질의 삶이 열릴 것으로 생각했으나 그게 아니었다.
연 1백일에 가까운 주말시간을 잘 활용하지 못하면 생활의 질을 높이기는커녕 남들과의 경쟁에서도 밀릴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주말에 집중 강의하는 영어강습반.
오랫동안 실천에 옮기지 못했던 골프연습도 시작했다.
차츰 재미가 붙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마니아 수준으로 발전했다.
다음달에는 동남아까지 진출(?)하는 계획을 마련해 놓고 있다.
늦잠 자는 버릇을 고치고 주말을 효율적으로 보내는 노하우를 쌓은 것.
이젠 동료들과 함께 다양한 문화활동도 즐기게 됐다.
사내 게시판을 통해 해외여행 정보를 교환하고 가끔 일본 중국 동남아 등 가까운 지역을 2박3일, 또는 2박4일 일정으로 훌쩍 다녀오는 번개모임에도 참여한다.
직원들 중에는 어느새 각 국가에 정통한 '지역 전문가'도 생겨났다.
이들만 대동하면 외국 뒷골목까지 샅샅이 구경하고 올 수 있다.
특히 주말 이틀에 월요일 하루를 월차로 더한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다.
정기 휴가를 쓰지 않더라도 3박4일의 여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주5일 근무제 이후 K씨에게 일어난 또 하나의 변화는 가족과의 유대가 돈독해졌다는 점이다.
물리적으로 여유있는 시간은 K씨에게 정신적 여유를 갖게 했고 자연 가족을 대하는 태도에도 정이 담겼다.
아이들과 많은 시간 놀아주는 것은 물론 생활용품을 함께 만들어보기도 한다.
지방에 계신 부모님과 처가도 자주 찾는다.
K씨와 그의 동료들에게 주5일 근무제는 단순히 쉬는 날이 하루 늘어난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인생의 틀이 달라지는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요즘 또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
주말을 활용, 더욱 효율적인 인생의 스케줄을 마련해야겠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주중도 주말도 더욱 '굵고 짧고 의미 있게 사는 것'.
그것은 주5일 근무제 시대를 사는 수많은 K씨들에게 던져진 화두다.
장유택 기자 chang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