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는 '먹통' … 신호는 '엉터리' ‥ 서울 교통체계 개편 첫날

서울의 대중교통 체계가 개편 첫날부터 삐걱거리며 불안한 출발을 보였다.

출근길 지하철역과 버스의 새 교통카드(티머니) 시스템이 작동되지 않는가 하면 시민들은 바뀐 버스노선을 몰라 불편해 하는 등 많은 문제점이 노출됐다.시는 "2일부터는 별다른 문제 없이 운영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중앙버스전용차로제 도입에 따른 일반차선의 교통체증, 버스 환승 방법에 대한 홍보 부족 등으로 이같은 불편이 당분간 계속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 새 교통카드 첫날부터 먹통1일 오전 서울시내 3백92개 지하철역 가운데 1백40개역과 일부 마을버스 및 광역버스의 인식기가 작동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시는 이날 오전 6시50분께부터 당초 요금을 받기로 했던 마을버스 및 광역버스를 무료로 운행했다.

일부 지하철역도 한때 무료로 운행했다. 시는 "새 교통카드 시스템을 운영하는 ㈜한국스마트카드가 각 지하철역과 버스에 부착된 카드 단말기에 새 요금 프로그램을 입력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앞서 지난달 28일 지하철 1∼4호선 카드 단말기의 요금 프로그램 교체 과정에서도 비슷한 사고가 발생한 적이 있어 시스템 관리·운영체계를 전면 재점검해 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당장 2일 모든 버스와 지하철이 정상적으로 요금을 받게 돼 있어 카드시스템에 장애가 발생할 경우 더 큰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시민들 우왕좌왕…홍보 부족

이날 시내버스는 모두 무료로 운행됐지만 시민들은 바뀐 버스노선에 적응하지 못해 혼란스러워했다.

서울 정릉에 사는 박모씨(30·여)는 "기존 5-1번 버스를 타면 신촌역까지 40분 만에 도착했는데 새로 바뀐 110번 버스의 경우 1시간50분이나 걸렸다"며 "뭐가 좋아졌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따라서 복잡한 새 교통체계에 대한 시의 홍보와 사전준비가 미흡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이날 시민들은 안내책자나 버스정류장에 붙은 노선도를 봐도 뭐가 뭔지 모르겠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서울시 노선안내 전화는 종일 문의가 몰리는 바람에 통화가 되지 않는 등 안내체계에도 문제가 많았다.

◆ 중앙버스전용차로제는 '절반의 성공'

강남대로, 수색ㆍ성산로, 도봉ㆍ미아로 등 3곳의 중앙전용차로를 이용하는 파란색 버스(간선버스)의 경우 운행속도가 예전보다 빨라졌다는 평가다.

시는 "중앙버스전용차로를 달리는 버스들이 평소보다 운행시간을 15∼20분 정도 단축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중앙차로 이외 일반차선을 이용하는 승용차와 지선버스는 극심한 정체에 시달렸다.

도봉ㆍ미아로의 일반차선은 종일 주차장을 방불케 했다.

이에 따라 시는 일부 운행거리가 긴 지선버스에 대해서는 중앙전용차로를 이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키로 했다.

◆ 교통관리시스템(BMS)은 기대 이하

위성을 연계해 버스의 위치나 앞차와의 간격을 파악하는 BMS는 특별한 문제는 없었으나 시민들의 기대치에는 못미쳤다.

BMS 단말기가 설치된 버스 5천대 가운데 2백70여대는 오전 한때 이 시스템이 작동되지 않았다.

나머지 버스에서도 앞뒤 배차간격 등에 대한 정보는 제공되지 않았다.특히 휴대폰을 통한 버스 운행정보 제공은 '011' 외 다른 휴대폰은 서비스가 되지 않았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