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3일자) 교통카드 하나 제대로 못만들면

서울시 교통체계가 대폭 개편된 이후 수도권 주민들이 엄청난 불편과 혼란을 겪고 있다.

교통혁명을 이루겠다던 서울시의 장담이 무색해진 꼴이다.교통체계가 전면적으로 바뀐 만큼 시행초기의 시행착오로 이해할수도 있지만 상당수의 시민들이 불편을 겪고 시간 지체로 지각이 속출했다고 한다. 교통카드와 BMS(교통관리시스템)조차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고 하니 참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이같은 사태가 빚어진 것은 교통체계의 근본적인 문제라기 보다는 전적으로 사전에 충분한 준비를 못한 탓이라고 우리는 생각한다.

예컨대 서울시는 전면적인 교통체계 개편을 하면서 당연히 했어야 할 시험운행조차 소홀히 했다고 한다.사실이라면 정말 한심한 노릇이다.

시민들을 시험운행의 대상으로 삼겠다는 발상과 다를바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개편내용에 대한 홍보마저 턱없이 부족했으니 예고된 대란이나 마찬가지다.제대로 준비도 갖추지 않은 채 업무추진일정에만 맞춰 무조건 강행했기 때문에 빚어진 사태가 아닌가 싶다.

그런데도 서울시는 시행초기 혼란은 어느정도 예상했다며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안정될 것이란 이야기만 하고 있으니 한심할 따름이다.

물론 새로운 체계가 정착되면 교통 효율은 더욱 높아질수 있을지도 모른다.그렇지만 교통체계의 옳고 그름을 떠나 전 수도권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정책을 이처럼 졸속으로 추진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서울시의 행정 자세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만 같아 씁쓸하기 짝이 없다.

물론 이런 졸속행정이 서울시에 국한되는 것만은 아니다,상당수의 국책사업들에서도 이미 경험한바 있다. 문제는 그러한 졸속입안,밀어붙이기식 업무 추진이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시는 이번 교통체계 개편을 계기로 모든 사업 추진에 있어서 보다 신중한 검토와 철저한 사전준비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깨닫고 재발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