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상인 성공사례] (9) 중고 가전판매업 '고성호 사장'

노총각인 고성호 사장(37)은 중고 가전판매만 10년째다.

장기불황 탓에 장사가 안된다고 아우성이지만 그는 그런대로 호황을 누린다.불경기로 중고 가전 수요가 늘기도 했지만 진짜 이유는 다른데 있다.

고 사장은 2002년 사이버장터인 옥션에 진출한 것을 불황탈출의 비결로 꼽는다.

그는 기존에 운영하던 오프라인매장을 없애버렸다.현재는 서울 화곡동의 조그만 오피스텔에서 인터넷판매에만 주력한다.

고 사장은 이제 자신을 인터넷창업의 신봉자로 자처한다.

그는 "인터넷 창업은 혼자서도 할 수 있고 재고부담이 없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한 번의 동업실패 경험이 있는 고 사장은 직원 한 명 없이 주문접수에서 포장,배달,사후관리까지 혼자서 1인4역을 한다.

별도 창고가 있지만 3일치 판매·배달 예상물량을 제외하곤 쌓아두질 않는 게 그가 인터넷에 진출한 후 고수하는 원칙이다.

고 사장의 월평균 매출은 2천만∼3천만원.판매마진은 평균 30% 수준이다.김씨는 "종전에 중고판매상 마진은 정하기 나름이었지만 이제는 경쟁이 심해 마진이 박해졌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인건비 부담이 없고 오피스텔과 창고 임대료를 빼면 모두 그의 몫이기 때문에 소득은 높은 편이다.

그의 한달 평균 수입은 6백∼7백만원 정도다.

또 방문손님을 위해 제휴를 맺은 김포의 오프라인 매장도 50만∼1백만원 정도의 부가수입을 올려준다.

지난 90년 군 제대후 포목점 트럭기사 등을 전전하던 고 사장은 94년께 돈벌이가 좋다는 말만 듣고 중고판매상으로 전업을 했다.

사글셋방을 사무실 겸 창고로 쓰며 중고 전자제품을 팔았는데 돈벌이가 쏠쏠했다.

지역 벼룩시장이나 전단 광고를 이용했다.

폐품에 가까운 가전제품을 고쳐 매입가의 몇 배에 팔아치울 수 있다는 게 중고판매상의 묘미.중고품은 전문수집상을 비롯해 전파상 대리점 폐업영업장 등 다양한 곳에서 조달한다.

그는 "일부 제품은 처음 보면 망치로 깨버리고 싶은 충동이 일어나지만 이를 멀쩡히 고쳐 파는 게 중고판매상의 사업기술"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2002년 처음으로 옥션에 중고품 몇 개를 올려놓고 판매를 시작했다.

옥션에 물건을 등록할 당시에는 PC방에서 놀던 학생들의 도움을 받을 정도로 컴맹이었다.

몇 달이 지나 인터넷에 익숙해지면서 그는 단숨에 옥션의 파워셀러로 이름을 날리게 됐다.

조금 과장된 광고를 내보내는 경우엔 월 매출이 1억∼1억5천만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그러나 매출에 거품이 잔뜩 끼어 돈이 손에 들어오지 않았다.

과장광고 후유증으로 반품이 쏟아지며 악성 재고부담까지 안는 바람에 부도 직전까지 몰렸다.

그는 "인터넷이 얼마나 무서운지 뼈저리게 느꼈다"고 말했다.

인터넷은 많은 장점을 갖고 있지만 대신에 '참을성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한 번의 실수와 신용추락은 곧바로 인터넷에서 퇴출을 의미한다.

그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다.

하루 시간을 쪼개 활용했다.

오전 8시부터 11시까지 주문접수 및 배송확인,오전 11시30분부터 오후 5시30분까지는 중고품을 수집했다.

또 오후 7시까지 주문제품을 택배로 배송하고 나서는 새벽 2시까지 직접 배달을 나갔다.

택배비를 아끼려는 게 아니라 고객과의 신뢰를 쌓아가려는 게 진짜 목적이다.

이 같은 눈물겨운 노력은 중고품에도 반품률 0%라는 기적 같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사장은 "인터넷 판매의 진짜 경쟁력은 가격이 아니라 고객과의 사이에 쌓인 신뢰"라고 강조했다.

글=손성태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