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CEO와 장관..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

진대제

필자가 지난해 2월 몸담고 있던 민간기업을 떠나 장관으로 부임할 때 주위의 많은 사람들이 공직 경험이 없어 잘 해낼 수 있을까 염려했었고,일부는 관료조직에 새 바람을 불어 넣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보여주었다.지난 1년여 동안의 공직생활을 돌아보면 기업의 CEO든 정부의 장관이든 조직을 이끄는 책임자로서의 역할에 있어서는 큰 차이가 없는 것 같다.

다만 맡고 있는 업무와 환경 차이로 다른 행동양식을 보인다고 하겠다.

즉 CEO에게는 기업의 이윤 창출이 중요 임무이고 그 결과에 따라 승진과 보상이 따른다고 한다면,장관은 공공의 이익이 우선이고 소명의식 외에 별다른 동기유발 요인은 없다.또 기업의 CEO는 자신의 비전에 따라 리스크가 있어도 과감히 결정하고 책임지는 스피드 경영을 하게 되는데,이는 그 결정의 부작용보다 기회손실이 더 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직에서는 다수가 찬성해도 소수의 타당한 반대가 있으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소수를 설득하든가,전체를 아우르는 다른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기업과 정부의 업무철학은 이 점에서 차이가 있으며,이것이 기업에 있을 때는 잘 알지 못했던 공직의 어려운 점이었다.한편 기업에서의 경험은 공직 근무에 큰 도움이 되기도 했다.

기업과 달리 공직에서는 계량적 목표설정이 어려워 업무실적의 평가에도 곤란을 겪는 경우가 많다.

이에 필자는 기업 경영방식을 정부에 도입하기 위해 정보통신부의 간부들에게 'CEO미션'을 부여하고 있다.개인별 목표를 정해 장관과 함께 1년간 노력한 후 그 결과를 평가받도록 한 것이다.

처음에는 개인목표라는 개념부터 생소해했으나 함께 성과를 관리하고 점검하면서 이제는 모두 익숙해졌고 업무효율성도 높아졌다.

미시간대 경영학 교수인 로버트 퀸에 따르면 성공적인 경영자는 훌륭한 스포츠팀의 감독과 같다고 한다.

감독과 선수 모두 공동의 희생과 단합을 이끌어내야만 승리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은 기업의 CEO든 정부의 장관이든 귀담아들을 만하다고 하겠다.기업인이 공직에 근무하는 것은 우리 현실에서는 드문 사례다.

오늘,열악한 근무환경 속에서도 소명의식을 갖고 낮밤의 구별없이 열과 성을 다하고 있는 직원들을 떠올리면서,필자가 공직에서도 성공하는 흔치 않은 선례를 남길 수 있다는 기대를 한다면 너무 큰 욕심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