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행정수도 '공주ㆍ연기'] '기대반 걱정반'…이주 보상대책 촉각

"행정수도가 된 것은 대환영인데 땅을 수용당하고 이사를 해야 하는 건 아닌지 걱정이네요."(공주ㆍ연기지구 주민)

"들러리만 섰다가 탈락했으니 이제 부동산 규제는 풀어줘야 되는 것 아닙니까."(공주ㆍ논산지구 주민) 5일 신행정수도 후보지별 점수가 발표되자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공주(장기)ㆍ연기지구와 나머지 세 곳 후보지 주민들의 반응은 첨예하게 엇갈렸다.

특히 막판에 풍수지리에서 높은 점수를 받으면서 공주ㆍ연기지구와 경합을 벌였던 공주ㆍ논산지구 주민들은 허탈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큰 기대를 갖지 않았던 진천ㆍ음성과 천안지구에서도 '혹시나' 하는 기대가 사라지면서 내심 아쉬워하는 모습이었다.특히 탈락한 후보지 주민들은 이구동성으로 "행정수도에서 탈락된 마당에 부동산 거래 및 개발행위 등을 제한하는 것은 것은 너무하다"며 규제완화를 요구했다.

공주ㆍ연기지구 주민들은 개발에 대한 기대감과 토지의 헐값 수용에 대한 불안감을 동시에 나타냈다.

◆ 들뜬 공주ㆍ연기지구행정수도지로 사실상 '낙점'된 공주시 장기면과 충남 연기군 일대는 '예상대로였다'며 반기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장기지구와 연기지구의 반응은 엇갈렸다.

장기면은 행정수도지로 수용될 가능성이 워낙 높은 곳으로 일찌감치 예견돼 땅 거래가 뜸했다.'장기면에 들어온 떴다방(이동식 중개업소)은 다 망해서 나갔다'는 말이 돌 정도.

반면 연기군은 남면 등 일부만 행정수도지로 수용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면서 땅 거래가 빈번했다.

수용지에서 벗어날 경우 행정수도지에서 가장 가까운 땅이 돼 가격이 폭등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서다.

이에 따라 발표가 나자 장기면 주민들은 "이제 장기지구 주민들에게 중요한 것은 토지수용가격"이라며 "현 시세를 어느 정도 반영하지 않는다면 큰 반발에 부딪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연기지구에서는 수용 범위에 촉각을 세우는 모습이었다.

공주시 혁신분권팀 담당자는 "연기군은 물론 공주시 외곽의 일부 땅값은 아직 싼 편이기 때문에 투기꾼이 몰리면서 땅값이 갑자기 오르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시세는 발표 이전과 큰 변동이 없었지만 연기군 쪽으로는 매수 문의가 간간이 들어오는 모습이었다.

현재 시세는 수용 가능성이 높은 남면 양화리 논의 경우 평당 12만원선에 매물이 나와 있다.

반대로 수용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서면 와촌리 밭의 경우 평당 20만∼25만원을 호가하고 있다.

◆ 공주ㆍ논산지구 아쉬움 커

막판에 공주ㆍ장기지구와 가장 근접한 경합을 벌였던 공주ㆍ논산지구는 크게 실망한 모습이었다.

계룡산(풍수지리)을 내세운 공주ㆍ논산지구가 막판에 유력한 행정수도로 부상하면서 이곳 주민들은 이날 오전부터 계룡면사무소에 '삼삼오오' 모여 발표 시간인 오후 3시까지 초조하게 기다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2위 점수를 받은 것으로 발표되자 한껏 들떴던 기대감은 정부에 대한 반발로까지 이어지는 모습이었다.

공주시 계룡면사무소 관계자는 "공주ㆍ연기지구가 교통은 더 나을지 몰라도 국토균형발전 측면에서는 공주ㆍ논산지구가 더 나았다"며 "계룡산과 인접해 있어 개발이 덜 된 땅도 더 많았다"고 강조했다.

논산시 상원면 농협에서 일하는 김모씨는 "막판에 풍수지리 운운하며 공주ㆍ논산이 될 것처럼 말이 돈 것은 공주ㆍ연기지구의 독주를 의식한 언론 플레이였던 것 같다"며 불만을 나타냈다.

◆ 천안 및 진천ㆍ음성지구는 규제에 촉각

천안 및 진천ㆍ음성지구에서는 혹시나 했던 기대감이 사라지면서 다소 허탈한 분위기였다.

이런 가운데 후보지였다는 이유로 향후에도 계속 부동산에 대한 규제가 이뤄지는 것은 부당하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음성ㆍ진천의 경우 인근 아산신도시에서 보상을 받은 주민들이 대토용으로 이곳 토지를 꾸준히 사들여 올들어 땅값이 두배 가량 올랐지만 규제로 거래가 '꽁꽁' 묶여 있다.천안지구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공주ㆍ연기ㆍ논산ㆍ천안ㆍ진천ㆍ음성=서욱진ㆍ조재길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