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특산품

오스트리아 사람들은 여성 속옷이나 인테리어용 최고급 수공예품은 자기네 것이 유럽 최고라고 주장한다.

이유인즉 오스트리아는 합스부르크 왕가의 본거지로 유럽에서 가장 많은 왕비를 배출한 만큼 두 가지에 관한한 남다른 노하우를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속옷과 스타킹 회사로 유명한 월포드의 지명도도 상당부분 여기에 기인한다.

상품 가운데는 이처럼 어디어디 것이라는 사실이 곧 품질보증서가 되는 수가 잦다.

공산품도 그런 수가 있거니와 농산품이나 수공예품은 더하다.영광 굴비,영덕 대게,안동 간고등어,순창 고추장,천안 호두과자,안동 삼베,한산 모시 하면 일단 괜찮거나 특별한 제품으로 여겨지고 따라서 다소 비싼 가격도 인정받는 식이다.

지역이름이 붙은 물품이 인기있는 것은 그곳 제품이 품질 면에서 다른 곳의 제품보다 독특하고 뛰어나서일 것이다.

농ㆍ수ㆍ축산품이라면 그 지역의 물 햇볕 토양같은 자연조건에 남다른 제조법이 어우러져 고유의 맛을 내는 것일 테고,가공품이라면 특별한 유래나 비법에서 비롯되는 것일 터이다.때문에 특산품의 품질이 유지되자면 생산량이 한정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우리 경우엔 전국 어디서 유통되든 삼베는 그저 안동산이고,굴비는 죄다 영광 굴비고,쌀은 이천쌀이고,대게는 영덕 대게고,호두과자는 어디서 팔아도 천안 호두과자다.

뿐이랴.쇠고기는 횡성산,돼지고기는 제주산 투성이다.내년 상반기부터는 이런 일이 줄어들게 되리라는 소식이다.

정부가 상표법을 개정,지역특산품을 생산하는 해당지역 주민이나 단체가 상표등록을 하면 다른 지역 사람이나 회사가 이를 함부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배타적 사용권을 부여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상표권은 재산권의 일종으로 침해하면 민ㆍ형사상 책임을 져야 한다.

상표를 보호하는 건 단순히 그 상표를 내건 사람이나 단체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신용을 지킬수 있도록 함으로써 수요자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서이다.지역 특산품에 대한 상표권 인정 역시 보다 믿음직한 제품,어디에 내놔도 다른 것과 구분되는 질 좋은 제품을 만든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임에 틀림없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