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6일자) 후보지부터 정해 어쩌자는 건가

수도이전을 둘러싼 찬반논란이 더욱 증폭되고 있는데도 정부가 신행정수도 후보지를 확정 발표하고 나서는 등 수도이전문제를 쫓기듯이 서두르고 있어 우리는 참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정부는 어제 신행정수도건설추진위원회를 열고 충남 연기·공주를 사실상 최종입지로 확정했다. 그러나 이곳이 이전되는 수도의 최적지인지 그 여부를 떠나 아직 수도이전에 대한 국민적 합의조차도 이뤄지지 않은 마당에 후보지부터 먼저 선정하고 보는 식으로 밀어붙임으로써 오히려 국민의 갈등과 혼란을 부추겨 심각한 후유증이라도 남기지 않을까 몹시 우려되는 것도 사실이다.정부 스스로 수도이전에 대한 확신과 제대로 된 마스터플랜을 가지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지난달 후보지군 발표때만 하더라도 행정부는 물론 입법·사법부까지 옮긴다고 했다가,이제 국무총리는 입법부나 사법부의 경우 수도권 과밀해소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워 독자적 판단이 필요하다며 한발 물러서고 있다.

이는 구체적으로 어떤 기관을 어떻게 옮길지 분명한 계획없이 수도이전을 졸속으로 진척시키고 있다는 얘기와 다름없다.

비용문제도 그렇다.정부는 투자비를 45조원 안팎으로,전문가들은 1백조원 이상 들어갈 것으로 추산하고 있지만 정확한 수도이전 비용이 얼마인지 제대로 검증되지 않고 있다.

가뜩이나 경제는 어렵고 주한미군 감축에 따른 국방비 증액,농민보호지원,사회복지지출 등 앞으로 들어갈 돈만 해도 무한정인데,수도이전을 위한 막대한 재원을 어디서 어떻게 조달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확실하고 납득할 만한 설명이 없다.

이런 상태에서 수도이전을 강행하다가 도중에 차질이라도 빚어진다면 그에 따른 혼란과 낭비는 또 어떻게 할것인가.

수도이전은 국가의 명운을 좌우할 수 있는 중대사안이자 일방적으로 밀어붙여서 될 일이 결코 아니다. 정부는 분열된 국민여론을 외면만 할 것이 아니라,지금이라도 국민투표든 다른 형식을 통해서든 먼저 국민의 합의부터 이끌어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