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영 기자의 베를린 리포트] 웰빙 리모델링, <1> '건강'

독일 베를린공대 산하 리모델링 연구소(IEMB)는 연방정부 예산으로 운영되는 공공기관이다.

1989년말 독일이 통일되자 연방정부는 옛 동독지역의 주거여건을 개선할 목적으로 1992년 리모델링 연구소를 설립했다.지난 1년간 이 연구소에서 연수하고 돌아온 한국경제신문 김호영 기자가 현장에서 직접 배운 독일의 리모델링 접근방식을 소개한다.

독일 연방정부가 옛 동독지역에 지어진 아파트 중 리모델링 대상으로 꼽은 물량은 2백30만가구 정도다.

이 가운데 지금까지 약 80%가 리모델링됐다.용도를 바꾼 아파트도 있고 주거 면적을 리모델링 이전보다 늘리거나 줄인 아파트도 있다.

양적 변화다.

하지만 그 변화는 겉으로 드러난 현상에 불과하다.뒤에 숨겨진 질적 변화가 독일 리모델링의 참모습이다.

질적 변화의 기준은 건강(웰빙)주택과 에너지절감형 주택으로 리모델링하는 것이다.

독일의 주택 관련 연구기관들이 말하는 건강주택의 개념은 의외로 단순하다.입주자들이 쾌적하게 느낄 수 있는 여건을 충족시켜주는 게 건강주택이다.

다시 말해 눈 코 입 귀 피부 등 인체 감각기관이 자극받지 않는 실내 여건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눈이 따갑고 냄새가 코를 찌르며 먼지가 입으로 들어간다면 건강주택이라고 할 수 없다.

소음이 귀를 자극하고 실내 온도가 적절치 않아 피부가 예민해져도 건강에 악영향을 준다는 게 독일 연구기관들의 시각이다.

인체의 감각기관이 장기간 자극을 받게 되면 스트레스로 이어진다.

스트레스는 건강에 치명적이다.

따라서 독일에서는 집을 신축하거나 리모델링할 때 '인체 감각기관을 편안하게'라는 기준을 최우선시한다.

프랑크 포그트 베를린공대 리모델링연구소장은 "리모델링은 집을 고치자는 것인데 이왕이면 합리적인 기준을 갖고 리모델링하는 게 옳은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국내에서도 아파트 리모델링 수요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국내 리모델링은 주로 면적을 늘리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 듯하다.

면적을 늘리면 그만큼 집값도 상승한다.

하지만 선진국에서는 돈보다는 건강에 초점을 맞춘 리모델링을 지향하고 있다.

주택 실내환경 때문에 건강이 나빠지는 것을 원하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hykim@hankyung.com

--------------------------------------------------------------※이 시리즈는 매주 목요일 실립니다.

다음 회부터는 건강한 실내 환경을 만들기 위한 독일의 접근 방식을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