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중소기업 종합대책은 '옥석 가리기' 정책으로 평가된다.


이른바 잘 나가는 기업은 혁신선도형 기업으로 분류해 다양한 지원을 해주고, 경쟁력을 잃은 기업은 '구조조정단계 기업'(한계기업)으로 분류해 과감하게 퇴출시키겠다는 전략이다.
혁신기업에 대해 △자금 지원 △대학교수의 중소기업 임원 겸직 허용 △중소기업 사모펀드 투자 확대 △공공기관 연구개발사업 참여 확대 등 다양한 지원을 하기로 한 반면 구조조정단계 기업은 냉정하게 퇴출시키겠다고 밝힌 부분에서 정부의 정책 방향을 읽을 수 있다.


지금까지 기업 워크아웃 제도는 대출 규모가 50억원 이상인 기업만 해당됐다.


채권은행협약에 의해 50억원 이상일 때만 기업 신용위험 평가를 통해 퇴출시켰다.
그러나 앞으로 20억원 미만 소액 연체 기업도 상시 신용평가를 통해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될 경우 퇴출조치를 받게 된다.


정부가 소액 연체 기업에 대해서도 워크아웃 제도를 도입하려 하자 중소업계는 크게 반발하고 있다.


중소기업 지원 정책이란 '물에 빠진 기업'부터 구조한 뒤 잘 나가는 기업을 지원해야 하는데 혁신기업만 지원하고 보통기업들은 방치하겠다는 것은 현실을 모르는 발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소액 연체 기업이 3천여개에 이르는데 이들 중 상당수를 사실상 퇴출시키겠다는 의도를 이해할 수 없다고 토로하고 있다.


기협중앙회 한기윤 상무는 "현재 중소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정책은 기업을 △혁신기업 △중견 자립기업 △소상공인 △창업기업 △성장기업 △구조조정단계 기업 등 6개로 구분하는 관념적인 전략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응급조치"라고 지적하고 있다.


유완영 중소기업기술혁신협회 회장도 "중소기업들이 요구하는 대책은 내수 경기 부진으로 인한 판매난과 결제 지연으로 인한 자금난을 완화할 수 있는 조치"라고 밝혔다.
그런데도 정부가 발표한 종합대책에는 당장 하반기를 버텨낼 수 있도록 해주는 대책은 거의 없다고 강조했다.


대기업 협력업체인 부품생산 기업을 육성하기 위한 지정 계열화 제도를 올해 안에 폐지하기로 한 데다 중소기업 고유 업종도 2006년까지 없애기로 해 중소기업계의 반발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그동안 '뜨거운 감자'로 여겨졌던 단체 수의계약 제도도 정부가 명백한 유예기간을 명시하지 않은 채 단지 "유예기간을 부여한 뒤 중소기업간 경쟁 제도로 전환하겠다"고 밝혀 중소기업자들은 제도의 존폐 여부를 놓고 가슴앓이를 해야 할 상황이다.


이에 따라 단체 수의계약 수혜 업체들을 중심으로 모인 '단체수의계약제도 수호 비상대책위원회'는 오는 15일께 수호 집회를 강행할 계획이다.


다만 업계는 이번 대책이 장기적인 체질 강화 방안으로서는 매우 혁신적인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김용구 기협중앙회 회장은 "기업 규모와 성장 단계에 따른 맞춤형 지원 체계 마련은 기술혁신형 중소기업을 육성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흥순 벤처기업협회 회장은 "정부가 기술평가단을 독립시켜 기업의 기술력을 평가하고 단계별 지원책을 마련하기로 한 것은 진일보한 중소ㆍ벤처기업 정책"이라고 밝혔다.
장 회장은 "하지만 이번 종합대책에는 벤처기업들이 가장 관심을 갖고 주시하고 있는 코스닥시장 활성화 대책이 부족하다"며 "기술력 있는 벤처기업들이 공개시장에서 투자 자금을 확보할 수 있도록 코스닥시장 진입을 수월하게 해주는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치구 전문기자ㆍ이계주 기자 r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