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순간 그 한마디가 없었다면 .. '내 삶을 바꾼 칭찬 한마디'

탤런트 최불암씨.청년시절 주연을 맡았던 연극 '햄릿'의 참패 이후 도망가다시피 군에 갔다.

그러나 훈련 중 누군가가 쏜 총알을 맞는 오발 사고로 병을 얻어 제대하게 됐다.배우의 꿈은 물건너간 듯했다.

정신과 육체가 극도로 피폐해진 그는 자살을 생각했다.

강 어귀 초라한 집 다락방 창밖으로 조금씩 몸을 내미는 순간 머리를 스치는 말 "불암아! 노역은 너 따라올 배우 없다." 대학 졸업작품 공연 때 선배가 던져준 칭찬이었다.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내 삶을 바꾼 칭찬 한마디'(김홍신 외 31인 지음,21세기북스)는 어려웠던 꿈을 이루어낸 사람들의 소중한 기억 모음이다.

삶의 고비고비를 헤쳐나올 수 있었던 보석 같은 경험담들이 줄줄이 보따리를 푼다.아내로부터 버릇처럼 "당신의 선택은 옳아요" 소리를 들으며 홀로서기에 성공한 공병호 소장,아버지 정채봉씨의 "이런 표현은 참 좋구나"란 칭찬 속에 글쓰기를 배운 동화작가 정리태의 짧은 얘기에는 깊은 사랑의 울림이 있다.

남들은 그저 고성방가로만 치부했던 한 우렁찬 목소리(테너 임웅균)의 가능성을 인정해 세계적인 성악가로 우뚝 설 수 있는 용기를 준 음악 선생님,부상으로 의기소침해 탈의실에 앉아 있던 축구 선수(박지성)의 마음을 읽고 "정신력이 훌륭해" 하며 자극을 준 히딩크 감독의 배려도 아름답다.

시인 김용택씨와 소설가 이순원씨,영화평론가 유지나씨 등의 사연 또한 뭉클하다.이 책은 '스스로에게 믿음을 주며''타인의 상처를 어루만져 주는' 미덕과 결국엔 '돌아서서 눈물짓게 만드는' 감동을 안긴다.

2백72쪽,1만원.

김홍조 편집위원 kiru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