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중 이스라엘, R&D로 거듭난다

"빈약한 천연자원 대신 우리는 기술 사람 교육에 투자한다."(유리 올레닉 이스라엘 통신부 장관)

'뜻이 있는 사람만이 찾는다'는 중동 소국 이스라엘.인구 6백70만명,중동에서 언어 종교적으로 고립됐고 끝없는 영토 분쟁으로 수출할 이웃나라는 전무하다.하지만 이스라엘의 지난해 1인당 국내총생산(GDP?PPP기준)은 1만9천7백달러.1인당 수출액은 4천5백94달러(2002년)로 한국(3천3백67달러)보다 많다.

이스라엘에는 대기업이 거의 없지만 이 나라 기업은 인터넷방화벽(체크포인트),브로드밴드네트워킹(알바리온),위성통신시스템(길라트) 분야에서 세계 1위다.

이를 가능케 한 것은 연구개발(R&D)이다.◆국가의 존립을 건 R&D 투자=이스라엘이 매년 민간 R&D에 투입하는 돈은 40억달러 이상.2002년 GDP 대비 비중 4.2%로 세계에서 가장 높았다.

이스라엘 정부는 '혁신적이지 않으면 이스라엘과 누가 교역하겠는가'라는 위기 의식하에 첨단 기술개발을 지원한다.

이스라엘 정부는 이를 위해 산업무역부 산하에 R&D지원을 전담하는 '수석 과학자'를 두고 있다.이들이 운영하는 여러 펀드 중 벤처를 지원하는 '테크놀로지컬 인큐베이터(TI)'는 1991년부터 지금까지 7백35개의 프로젝트를 졸업시켰고 현재 2백여개의 기업을 육성 중이다.

외국 기업 유치에도 적극적이다. 외국기업이 들어오면 유보 이익에 대해 최대 10년까지 세금이 전액 공제된다.

이는 제조기반이 없는 이스라엘이 외국 R&D센터를 유치,국가 기술경쟁력을 높이려는 취지에서다.그 결과 인텔 노키아 IBM 모토로라 노텔 에릭슨 등 세계적인 전자 기업이 이스라엘에 국제 R&D 센터를 만들었다.

◆창조하는 사람들="언어,문화,지리적 거리와 작은 내수 시장은 우리의 큰 약점이다.

반면 우리에겐 창조적이고 효율적이며 로열티 높은 사람들이 있다."(세계 인터넷방화벽 1위업체 체크포인트 길 슈웨드 회장)

많은 외국기업이 안보상 위협을 무릅쓰고 이스라엘에 R&D 센터를 만든 이유는 세제 혜택말고도 높은 품질의 기술인력 때문이다.

이스라엘은 전체 노동인구 10만명당 과학 및 기술인력 인구가 세계에서 가장 높은 1백35명(2002년)으로 이공계 학문열기가 뜨겁다.

아미 다이 수석과학센터 소장은 "정부의 정책적 지원에다 해외에서 일자리를 찾는 데 유리하기 때문에 이스라엘 젊은이들은 엔지니어가 되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고급 연구원을 미국의 절반 비용(연봉 약 6만달러)에 채용할 수 있다는 점도 외국기업을 불러들이는 요인이다.

◆벤처캐피털의 힘=한국-이스라엘 R&D재단의 이종범 사무총장은 "우리가 한해 5조∼6조원을 R&D에 투자하면서도 첨단 기술력이 이스라엘에 뒤처지는 이유 중 하나는 벤처캐피털이 황무지 상태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13년간 TI를 졸업한 이스라엘 벤처 중 절반이 기업으로 정착한 비결은 정부 지원이 끝난 후 총 6백27억달러의 민간자본을 유치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에는 현재 1백여개 벤처캐피털이 50억달러를 굴리고 있으며,에후드 바락 전 총리와 오나 베리 전 수석과학센터 소장도 벤처캐피털리스트로 활동 중이다.

이스라엘 통신부에 따르면 통신업종에서만 지난해 8백개 벤처가 생겼고,이 중 3백71개사가 벤처캐피털에서 4억2천만달러를 유치했다.

정보통신기술 부문 GDP는 2002년 1백20억달러로,불과 12년 만에 4배나 성장했다.총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1%로 어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보다 많았다.

예루살렘·텔아비브=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