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윗, 골리앗을 삼키다 .. 이레전자

지난 90년 5평짜리 창고에서 출발한 총자산 1천1백억원 규모의 중소 전자업체인 이레전자가 인켈 셔우드 등의 브랜드를 가진 2천3백억원 규모의 이트로닉스(옛 해태전자)를 8백70억원에 인수한다.

이레전자는 이트로닉스 천안공장의 오디오 생산라인을 디지털TV 생산라인으로 바꾸는 동시에 이트로닉스의 오디오 사업과 자사의 TV사업간 시너지 효과를 구축,AV 전문가전업체로 도약한다는 구상이다.이레전자 관계자는 11일 "자산관리공사(캠코) 등 이트로닉스 채권단과 인수가격에 최종 합의했다"며 "이달말께 정리계획변경안을 인천지방법원에 제출한 뒤 다음달 관계인집회를 거쳐 인수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레전자-KTB네트워크 컨소시엄은 지난해말 이트로닉스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지만 인수대금을 놓고 채권단과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고 투자협상 기간을 두차례나 연장,매각 무산의 우려를 낳았었다.

이레전자와 KTB네트워크는 각각 2백여억원을 마련해 인수대금 8백70억원의 절반인 4백30억원가량을 직접 조달하고 나머지 4백40억원 정도는 우리은행 등 금융권에서 끌어모으기로 했다.인수대금을 납부하면 채권단은 3천7백억원 가량의 채무를 탕감해줄 계획이며 기존 주식도 대부분 소각된다.

이레전자는 4백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거쳐 최대주주로 올라선 뒤 본격적인 사업구조조정에 나설 계획이다.

이레전자와 이트로닉스는 경영진과 생산시설은 공유하되 별도 법인으로 운영된다.KTB네트워크는 내년 중 이트로닉스가 재상장되면 지분을 정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레전자는 사업구조조정의 첫단계로 오디오를 만드는 이트로닉스 천안공장 라인의 상당부분을 자사의 디지털TV 생산라인으로 돌려 디지털방송시대에 대비하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이레전자의 디지털 TV 생산량은 월 3천대에서 5천대로 늘어난다.이레전자는 시장상황을 감안해 월 생산량을 1만대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레전자는 이와함께 디지털TV 전문 생산업체인 자사와 오디오 및 홈시어터 제품 전문 브랜드를 가진 이트로닉스의 강점을 살려 AV 전문가전업체로 도약키로 했다.

양사의 연구개발(R&D) 인력을 공유해 AV 신제품을 개발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키로 했다.

또 휴대전화 단말기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물량을 80만대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전략이다.

현재 이레전자는 LG전자에 월 40만대 가량의 휴대전화 단말기를 납품하고 있으며,이트로닉스는 월 20만대 정도를 팬택&큐리텔 등에 납품하고 있다.이레전자는 아울러 유럽과 미주지역에 반제품 상태로 수출된 TV를 조립하는 현지 생산법인을 곧 설립키로 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