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창업] 방학동 '이지은 레드클럽' 정은숙 사장

남성 못지않게 여성의 경제력이 요구되는 시대다. 요즘엔 결혼적령기란 말도 많이 퇴색됐다.

이런 시대조류에 맞춰 결혼을 늦추고 창업에 도전하는 젊은 여성들이 늘고 있다.이른바 "혼수창업"이다.

부모님의 눈총에 시달려야 하지만 혼수장만을 위해 모아둔 돈을 창업자금으로 사용한다.

서울 도봉구 방학동에서 피부 및 다이어트관리 전문숍 "이지은 레드클럽"을 운영하는 정은숙씨(32).그도 당장 결혼대신 창업을 택했다.몇몇 친구는 벌써 학부모가 돼 결혼을 떠올리면 걱정이 앞선다.

하지만 결혼을 늦춘 대신 '부자아내 부자엄마'로 다가서고 있다는 사실에 위안과 보람을 느끼고 있다.

창업 4개월째를 맞은 정씨는 하루에 80만∼90만원의 매출을 올린다.지난 6월 매출액은 2천5백만원.가게세 관리비 직원 월급 등을 제외하고 7백10만원이 정씨 수입으로 떨어졌다.

정씨는 "이지은레드클럽의 사업 컨셉트가 웰빙 추세와 절묘하게 맞아떨어졌다"고 말했다.

특히 클렌징에서 마사지 팩 기초화장까지 피부관리 서비스비용이 4천원에 불과해 고객층을 주부 할머니 남성으로까지 확대시킨 점도 성공 요인으로 꼽았다.하지만 불과 3개월 만에 가게를 일류 점포로 바꾼 것은 정씨의 경험과 사업노하우가 빛을 발했기 때문이다.

◆화끈한 홍보전략

정씨는 창업 초보가 아니다.

그는 지난 4월께 서울 도봉구 방학동에 새로 들어선 도봉월드빌딩 3층에 가게 문을 열면서 상권과 거주 인구 특성을 세심히 관찰했다.

상권은 8개 아파트단지가 몰려있을 정도로 좋았다.

그러나 거주 인구 대부분이 아침에 출근했다가 밤에 퇴근하는 직장인이고 주부들의 이동 반경은 한정돼있었다.

가게도 상가 3층에 위치해 이동 인구의 발길을 잡는 데 한계가 있었다.

홍보를 통해 고객들을 끌어들이는 수밖에 없었다.

정씨는 결론이 나자 화끈한 홍보로 밀어붙였다.

주위에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며 우려했을 정도다.

그는 개점 후 10일간 무료쿠폰 1만2천장을 뿌렸다.

절반 정도는 신문 전단지 광고로,절반은 온 가족을 동원해 지하철역과 아파트단지를 누비며 직접 돌렸다.

신문전단지 광고는 주 1회에서 격주로 횟수를 줄였지만 계속 하고 있다.

이 비용만 월 60만원.인근 3개 지하철역에 2백70만원(역당 90만원)을 들여 광고물을 부착했다.

11개 노선을 운행하는 마을버스 옆에도 스티커광고를 붙였다.

상가게시판도 활용하고 아파트관리비 고지서에도 광고를 했다.

영수증을 활용한 광고비용은 1년에 50만원이다.

이밖에 은행 앞에 있는 2개의 경찰마스코트 밑부분에도 40만원씩 들여 광고문구를 넣었다.

정씨는 "이 지역 상권 자체가 막 형성되고 있어 먼저 차지하는 사람이 임자"라며 "홍보야말로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말했다.

◆창업개요

정씨는 건축과를 졸업하고 건축설계사로 샐러리맨생활을 했다.

외환위기 직후 사표를 낸 그는 재취업보다 창업을 선택했다.

명동에서 2년 동안 운영했던 홍차전문점은 주변에 대형 프랜차이즈가 잇달아 들어서면서 별 재미를 못봤다.

두번째 창업 컨셉트를 미용쪽으로 잡은 그에게 이지은레드클럽이 눈에 띄었다.

최종 결정까지는 신중을 기했다.

고객으로서,혹은 예비창업자로서 가맹점 본사를 문턱이 닳도록 찾아다녔다.

권리금이 없는 신축 상가에서 점포를 골랐다.

신축 건물 3층의 38평으로 보증금과 월세가 각각 3천만원과 1백50만원.점포를 제외한 창업비용은 1억1천만원이 들었다.

휴게실 커플방 등 38평을 꾸미는 인테리어비용(5천여만원)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직원은 피부관리사 4명.이직률이 높아 직원 관리가 가장 힘든 부분.4명의 직원 월급(5백만원)과 전기세 등 점포관리비로 월 평균 1백만원 정도가 지출된다.(02)3492-3317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