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 여름…중국 스케치] (7) 통계의 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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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시경제를 추적하는 사람에게 중국 경제는 거대한 미스터리다.
중국의 실상은 통계상의 수치가 설명하는 세계와 분명한 선을 긋고 있다.그래서 다양한 분야의 증언과 현실의 파편들을 모아 재구성해 볼 수밖에 없다.
중국의 국제수지 통계에 대해서는 폴 크루그먼 교수조차 고개를 내저었지만 그 정확성을 둘러싸고 언제나 뜨거운 논란이 일곤 한다.
한국에서 석 달이 지나야 발표되는 국민계정 통계, 예를 들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따위만 하더라도 중국에서는 채 한 달이 안 돼 발표된다.이것을 어디까지 믿어야 하나.
덩샤오핑이 농업통계를 믿지 못해 직접 농촌지역을 비밀리에 순시했다는 얘기는 유명한 사례지만 지금도 통계가 조작되고 있는 것일까.
나라마다 서로 다른 통계기준을 쓰는 것은 분명하지만 사회주의 국가들의 통계가 방대하다는 점은 우선 인정할 수밖에 없다.직원수가 수만명에 이르는 국가통계국(중앙조직은 2백80명)은 언제나 투입ㆍ산출 측정분야에 최대한의 인원을 동원한다.
대부분 시장경제 국가들이 샘플조사나 추세분석을 통해 자료를 생산하는데 반해 사회주의권은 놀랍게도 전통적인 전수조사식의 방법론을 취해 왔다.
국가가 경제를 계획하는 상황에서 방대한 통계망은 사실 불가결의 요소다."통계는 믿을 만합니까?"
"정확합니다. 정확해요. 당장 우리가 정확하게 보고하니까. 정확하지 않으면 언젠가는 들통이 나게 돼 있어요"라고 말하는 이는 베이징현대자동차의 노재만 총경리다.
그가 설명하는 중국의 통계 작성은 이렇게 이뤄진다.
우선 각 기업들은 통계전문 요원을 의무적으로 둔다.
이 요원은 회사에 속해 있지만 업무지휘는 국가통계국으로부터 직접 받는다.
시시콜콜한 통계작성 지침이 시달되고 담당직원은 수시로 통계국에 불려들어가 교육을 받는다.
월급은 회사에서 받지만 통계국 직원과 다를 것이 없다.
회사도 이 통계 요원에 대해서는 별다른 통제를 하지 않는다.
이들 통계요원에 의해 각 기업들은 월말이 되면 그 달의 투입과 산출을 비롯한 온갖 경영지표를 의무적으로 당국에 보고한다.
예를 들어 해당 기간 중에 자동차를 몇 대 생산했고 판매액은 얼마며 원가와 이익률은 얼마인지, 근로자들의 평균 근무시간은 몇 시간이었고 임금내역은 어떤지 등 수백개 항목이 포함된다.
통계당국은 각 회사들로부터 제출받은 데이터를 취합ㆍ분석한 다음 업종별 기업별 자료를 만들어 관련 기업들에 다시 뿌려준다.
물론 "당신 회사만 주는 것이니 특별히 보안에 조심해달라"는 말과 함께.
기업들은 세무당국에 대해서도 매달 비슷한 형식으로 보고한다.
매달 보고를 해야 하기 때문에 허위보고를 할 수도 없다.
추세분석을 통해 허위보고는 언제나 드러나게 마련이라는 것이 당국의 설명이다.
그래서 당장 세금이 안 나오더라도 언젠가는 정확하게 고지서가 날아온다.
기자가 방문한 저장성 지역의 중소기업들도 2000년도분 개인소득세를 소급해 내느라 정신들이 없었다.
현대자동차 같은 대기업에만 이런 보고체계가 유지되는 것도 아니다.
칭다오에서 골프공을 만들고 있는 동성화학도 비슷하다.
이 회사의 이성우 부총경리는 "통계요? 매달 보고합니다. 잘못 걸려들면 일벌백계식으로 다스리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나 중국의 통계가 여전히 의심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많은 분석가들이 중국의 금융부실에 대해 전혀 다른 수치를 내놓고 있는 것이 단적인 예다.
공식적으로는 금융기관의 불량채권 비율이 작년 말 현재 20.36%다.
그러나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적어도 40%에 이를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통계의 기초항목들을 원천적으로 조작할 가능성도 크다.
금융부실은 작년 한햇동안 대폭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지만 이는 당국의 규제를 피하기 위해 어떤 형식으로건 신규 대출을 크게 늘려놓은 결과일 뿐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다.
이는 오늘의 부실을 내일로 미뤄놓는데 불과하다.그러나 현지에서 활동하는 기업들로서는 언제나 완벽하게 수치를 작성해 놓는 것이 장차의 불상사를 막는 방법이다.
정규재 부국장 jkj@hankyung.com
중국의 실상은 통계상의 수치가 설명하는 세계와 분명한 선을 긋고 있다.그래서 다양한 분야의 증언과 현실의 파편들을 모아 재구성해 볼 수밖에 없다.
중국의 국제수지 통계에 대해서는 폴 크루그먼 교수조차 고개를 내저었지만 그 정확성을 둘러싸고 언제나 뜨거운 논란이 일곤 한다.
한국에서 석 달이 지나야 발표되는 국민계정 통계, 예를 들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따위만 하더라도 중국에서는 채 한 달이 안 돼 발표된다.이것을 어디까지 믿어야 하나.
덩샤오핑이 농업통계를 믿지 못해 직접 농촌지역을 비밀리에 순시했다는 얘기는 유명한 사례지만 지금도 통계가 조작되고 있는 것일까.
나라마다 서로 다른 통계기준을 쓰는 것은 분명하지만 사회주의 국가들의 통계가 방대하다는 점은 우선 인정할 수밖에 없다.직원수가 수만명에 이르는 국가통계국(중앙조직은 2백80명)은 언제나 투입ㆍ산출 측정분야에 최대한의 인원을 동원한다.
대부분 시장경제 국가들이 샘플조사나 추세분석을 통해 자료를 생산하는데 반해 사회주의권은 놀랍게도 전통적인 전수조사식의 방법론을 취해 왔다.
국가가 경제를 계획하는 상황에서 방대한 통계망은 사실 불가결의 요소다."통계는 믿을 만합니까?"
"정확합니다. 정확해요. 당장 우리가 정확하게 보고하니까. 정확하지 않으면 언젠가는 들통이 나게 돼 있어요"라고 말하는 이는 베이징현대자동차의 노재만 총경리다.
그가 설명하는 중국의 통계 작성은 이렇게 이뤄진다.
우선 각 기업들은 통계전문 요원을 의무적으로 둔다.
이 요원은 회사에 속해 있지만 업무지휘는 국가통계국으로부터 직접 받는다.
시시콜콜한 통계작성 지침이 시달되고 담당직원은 수시로 통계국에 불려들어가 교육을 받는다.
월급은 회사에서 받지만 통계국 직원과 다를 것이 없다.
회사도 이 통계 요원에 대해서는 별다른 통제를 하지 않는다.
이들 통계요원에 의해 각 기업들은 월말이 되면 그 달의 투입과 산출을 비롯한 온갖 경영지표를 의무적으로 당국에 보고한다.
예를 들어 해당 기간 중에 자동차를 몇 대 생산했고 판매액은 얼마며 원가와 이익률은 얼마인지, 근로자들의 평균 근무시간은 몇 시간이었고 임금내역은 어떤지 등 수백개 항목이 포함된다.
통계당국은 각 회사들로부터 제출받은 데이터를 취합ㆍ분석한 다음 업종별 기업별 자료를 만들어 관련 기업들에 다시 뿌려준다.
물론 "당신 회사만 주는 것이니 특별히 보안에 조심해달라"는 말과 함께.
기업들은 세무당국에 대해서도 매달 비슷한 형식으로 보고한다.
매달 보고를 해야 하기 때문에 허위보고를 할 수도 없다.
추세분석을 통해 허위보고는 언제나 드러나게 마련이라는 것이 당국의 설명이다.
그래서 당장 세금이 안 나오더라도 언젠가는 정확하게 고지서가 날아온다.
기자가 방문한 저장성 지역의 중소기업들도 2000년도분 개인소득세를 소급해 내느라 정신들이 없었다.
현대자동차 같은 대기업에만 이런 보고체계가 유지되는 것도 아니다.
칭다오에서 골프공을 만들고 있는 동성화학도 비슷하다.
이 회사의 이성우 부총경리는 "통계요? 매달 보고합니다. 잘못 걸려들면 일벌백계식으로 다스리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나 중국의 통계가 여전히 의심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많은 분석가들이 중국의 금융부실에 대해 전혀 다른 수치를 내놓고 있는 것이 단적인 예다.
공식적으로는 금융기관의 불량채권 비율이 작년 말 현재 20.36%다.
그러나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적어도 40%에 이를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통계의 기초항목들을 원천적으로 조작할 가능성도 크다.
금융부실은 작년 한햇동안 대폭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지만 이는 당국의 규제를 피하기 위해 어떤 형식으로건 신규 대출을 크게 늘려놓은 결과일 뿐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다.
이는 오늘의 부실을 내일로 미뤄놓는데 불과하다.그러나 현지에서 활동하는 기업들로서는 언제나 완벽하게 수치를 작성해 놓는 것이 장차의 불상사를 막는 방법이다.
정규재 부국장 jk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