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올 성장률 하향 등 경제전망 수정] "장기불황 우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14일 발표한 '2ㆍ4분기 경제전망' 보고서는 국내 경제가 단기적인 경기침체뿐만 아니라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불황에 노출될 위험이 크다고 분석했다.

장ㆍ단기 경기불황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정부 정책의 불확실성을 시급히 해소하고 부실기업 정리를 포함한 기업부문 구조조정을 가속화해야 한다고 KDI는 지적했다.◆ "고용개선 잘못 판단했다"

조동철 KDI 거시경제팀장은 "2분기부터 내수소비가 회복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빗나갔다"며 "고(高)유가로 교역조건이 악화된 탓도 있으나 고용시장이 개선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 잘못이었다"고 말했다.

올들어 취업자 수가 2% 정도 늘어났으나 주당 근로시간이 36시간 이상인 취업자 수는 1분기중 거의 늘어나지 않았고 2분기에는 오히려 감소했다는 사실을 간과했다는 것이다.조 팀장은 "작년 말 이후 완만하게 반등하는 조짐을 보였던 내수 소비는 올해 2분기에 오히려 후퇴한 모습"이라며 "수출 호조로 산업생산이 활발해진 제조업과 극심한 침체에 빠진 서비스업 간 괴리 확대로 고용사정과 체감경기가 더 악화됐다"고 설명했다.

◆ 우려되는 장기불황 가능성

KDI는 내수소비 부진이 경제주체들의 자신감 부족에서 생긴 것이라면 경기 위축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우려했다.미래에 대한 자신감 부족은 경쟁력 하락에 근본적으로 원인이 있으나 단기적으로 정책의 불확실성이 한몫하지 않았겠느냐는 분석도 곁들였다.

가계채무 조정이 상당히 진행됐음에도 소비가 늘어나지 않는 것은 미래 소득에 대한 우려 때문이고, 부동산보유세 중과 등 정부의 정책방향이 잇따라 발표됐으나 정작 세금으로 얼마를 더 내야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결정된 것이 없어 소비심리를 위축시켰다는 것이다.

소비심리와 투자심리가 회복되지 않는다면 수출이 늘어나고 시중 유동성이 풍부해도 돈을 쓰지 않는 '유동성 함정'에 빠질 수 있고, 여기에다 부동산 등 자산가격 하락까지 맞물릴 경우 일본형 장기불황에 빠질 수 있다는 점에서 자신감 회복은 매우 시급한 과제로 지적됐다.◆ 환율정책 신축적으로

KDI는 환율방어로 수출을 늘려 경기를 지탱하겠다는 재경부 정책에 대해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인위적인 수출확대 정책은 경상수지 흑자폭을 늘리겠으나 이로 인해 내수 소비가 위축되고 국내ㆍ외 이자율 차이에 따른 관리비용 증가라는 부작용이 커질 것으로 우려했다.또 기존 중소기업에 대한 보증지원 규모를 축소하는 대신 창업기업에 대해서는 보증을 늘려 자원배분 효율성을 높이고 재정투입을 확대하기보다는 이미 예정된 정부예산을 제대로 집행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정부에 권고했다.

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