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동예술인회관에 공동 아틀리에 추진..'Squat'

5년째 공사가 중단된 목동 예술인회관을 가난한 예술가들의 공동 작업공간으로 활용하는 대규모 "스쿼트(Squat)" 작업이 우리나라에서 처음 시도된다.

"스쿼트"는 방치된 도시공간을 예술가들이 작업실로 불법점유해 대중과 소통하는 예술행위를 의미한다.프랑스 네덜란드 등 유럽에서 시작돼 문화예술의 한 분야로 인정받고 있는 "스쿼트"는 파리의 대표적인 현대예술공간인 "팔레 드 토쿄(Palais de Tokyo)"에서 보듯 예술관광 명소로 자리잡는 경우가 많다.

프랑스에서 온 작가 부부인 김윤환(40)·김현숙(35)씨가 추진 중인 목동 예술인회관 '스쿼트'는 '오아시스 프로젝트'란 이름이 붙여졌다.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작업실 없는 많은 작가들에게 작업실을 마련해 준다는 목표다.김윤환씨는 "벌써 3백50명의 예술가들이 입주를 신청했다"며 "지하4층 지상20층 건물인 목동 예술인회관의 규모를 감안할 때 5백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5백명이 입주할 경우 세계 최대 규모의 대안공간(비영리 미술공간)으로 자리잡게 된다.

입주를 희망한 예술가들은 지난 17일 목동 예술인회관 앞에서 전시회를 열고 퍼포먼스 공연도 갖는 등 축제의 장을 펼쳤다.이들이 함께 입주하는 날짜는 8월15일로 잡혀 있다.

한국전력 수도사업소와 접촉해 전기 수도시설도 갖출 계획이다.

참여 예술가들의 80% 가량은 미술인이며 음악가 문인도 포함돼 있다.한 작가에게 적게는 10평에서 20평까지 할당된다.

하지만 이들의 '스쿼트'가 성사될지는 미지수다.

우리나라에선 사유 재산을 불법 점유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목동 예술인회관은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예총)가 문화예술진흥원의 지원금을 받아 건물을 짓기 시작했으나 IMF사태 이후 시공사가 부도나 1999년부터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이 회관 건설에 지금까지 2백20억원 가량의 공적 자금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건물주인 예총은 예술가들의 이러한 행위에 대해 '절대 불가' 입장이지만 문예진흥원이나 문화관광부는 관망적인 자세다.

김씨는 "'오아시스 프로젝트'는 불법으로 예술인회관을 점거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놀고 있는 공간을 당분간 작업실 없는 작가들의 작업실로 활용하겠다는 뜻"이라며 "예총이 공사를 재개하면 자진 철수하겠다"고 밝혔다.한 미술계 인사는 "이들의 예술행위가 널리 알려지면 관광 명소로 부상할 수 있어 예술인회관의 지명도를 높여주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성구 미술전문기자 s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