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버스, 보잉 '아성' 허물까

항공기 산업 주도권이 1백년 만에 미국에서 유럽으로 넘어갈 것인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세계 최대 항공기 제작사인 미국 보잉이 제왕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차기 모델 개발에 총력 투자를 하고 있지만 에어버스의 추격이 매섭다.에어버스는 상반기 판매 실적이 지난해에 이어 2년째 미국 보잉을 추월했다.

보잉과 유럽 에어버스는 19일 영국 국제 에어쇼에서 경쟁적으로 대규모 채용 계획을 발표하는 등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추격하는 에어버스=유럽 에어버스가 올 들어 6개월간 판매한 상용기(여객기와 화물기)는 1백61대로 보잉보다 10대가 많았다.에어버스는 올해 판매 대수 목표를 보잉보다 20대 많은 3백5대로 잡았다.

에어버스가 이 목표를 달성하면 2년 연속 유럽의 항공기 산업이 미국을 앞지르는 셈이다.

이 회사는 현재 창사 이래 최대 호황이며 사세 확장에 맞춰 2년 안에 1천명을 새로 고용한다.에어버스는 독일·프랑스·스페인이 2000년 항공우주 사업을 합쳐 탄생시킨 유럽항공방위우주(EADS)의 항공기제작 사업부문이다.

◆사수에 나선 보잉=보잉은 같은 행사장에서 연내 3천명을 신규 채용하겠다고 맞받아쳤다.

보잉이 대규모 신규 채용을 실시하는 것은 3년 만에 처음이다.1998년 23만8천만명에 달했던 보잉의 고용인원은 현재 15만7천명으로 줄었다.

보잉은 향후 사업 전망이 밝다고 보고 올해 매출 목표를 전년 대비 30% 많은 5백20억달러,2005년 목표는 5백70억달러에서 최대 5백90억달러로 높였다.

지금까지 양사의 사세를 감안하면 에어버스의 약진은 상전벽해다.

미국은 라이트 형제가 인류 최초 비행을 성공시킨 이래 세계 항공 산업 주도권을 지켜왔고 현재 운항 중인 민항기 1만6천대 중 보잉은 1만1천대가 넘는 반면 에어버스는 3천4백여대에 불과하다.

그러나 지난해 보잉이 미 국방부 납품 비리로 적발돼 최고 경영진이 재편된 사건은 에어버스에 역전의 기회를 만들어 줬다.

보잉 순익이 23억달러에서 7억달러로 3분의 1 토막나는 동안 EADS는 흑자로 반전됐다.

◆21세기 항공 산업 주도권=향후 10년 수주 실적은 21세기 항공기 산업 주도권이 미국에 남느냐,대서양을 건너느냐를 결정할 주요 관건이다.

3년간 계속돼온 항공 산업 침체기가 끝날 조짐을 보이고 있고,노후 항공기 교체 연한(20여년)도 다가오고 있어 전 세계에서 대규모 교체 수요가 발생하고 있다.

에어버스는 20년 안에 1만6천대가 팔릴 것으로 전망한다.

보잉과 에어버스는 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각각 연비를 20% 개선한 7E7(2008년 취항)과 2층짜리 사상 최대 여객기인 A380(2006년 취항)을 개발 중이다.양사는 21세기 주도권을 놓고 각각 연료 효율과 수송 능력에 승부를 걸고 있다.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