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길


골프용품 업계에서 페어웨이우드의 대명사로 통하는 (주)기가골프의 정종길 사장(59)은 네 차례나 클럽챔피언에 오른 아마추어 고수다.
테니스 선수를 지냈을 정도로 운동에 남달리 소질이 뛰어났던 정 사장은 78년 7월 골프에 입문한 뒤 79년 11월 수원CC 클럽챔피언 대회에 나가 챔피언티에서 78타로 첫 "싱글 스코어"를 냈다.


테니스에서 익힌 볼 다루는 능력과 강인한 기초체력이 골프에서도 발휘됐던 것.


정 사장의 구력은 올해로 26년째.
"골프는 너무 미쳐도 안되고 너무 멀리 해서도 안되는 것 같아요. 인간관계랑 마찬가지죠.너무 집착하면 실망하게 되고 너무 소홀히 하면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없잖아요. 골프는 특히 너무 집착하면 사업에 지장을 받게 되지요."


정 사장은 골프를 너무 좋아한 나머지 지난 82년 골프용품 수입금지 조치에 맞춰 용품업계에 뛰어들었다.


그동안 톱플라이트 핑 PRGR 등 유명 브랜드 제품을 취급하다가 최근엔 일본 브랜드인 '기가'를 수입,판매하고 있다.
골프에 어느 정도 심혈을 기울여야 하느냐는 물음에 그는 "사귀는 여자에게 48시간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면 멀어져요.


최소한 이틀 걸러 하루 정도는 관심을 가져줘야죠.골프연습도 매일 하기보다는 격일로 하는게 좋죠"라고 대답했다.


그는 또 연습할 때 정도를 벗어난 동작을 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자기식의 스윙을 고집해 스윙이 좋지 않게 굳어지면 나중에 후회하게 된다는 것이다.


"피니시에서 기념사진을 한장 '찰칵' 찍고 내려와야 해요. 피니시 자세를 오래 취하면 방향성도 좋아지고 거리도 늘어요. 있는 힘을 다해 쳐서는 안되고 60∼70%의 힘으로만 쳐야 피니시가 자동으로 만들어지지요."


그는 골프는 잘 치려고 하면 더 안된다고 지적했다.


"클럽챔피언이 되겠다고 작심하고 연습해서 그대로 된 적이 없어요. 오히려 연습도 안하고 망신이나 당하지 말아야겠다는 마음으로 나가면 잘 맞지요. 돈도 벌겠다고 나서면 잘 안되잖아요. 오늘 뭔가를 해보겠다는 마음보다 평상심이 중요합니다."


'골프 고수'가 되려면 좋은 스승을 만나야 하는데 골퍼 자신도 스승의 가르침을 받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그는 덧붙였다.


그보다 세살 위인 '사부' 김진용 프로에게 지금도 스승의 날이면 선물하는 것을 잊지 않고 있다고 한다.
정 사장은 "벙커정리에서 세계 1인자가 되고 싶다"면서 "아마 저만큼 벙커정리를 잘 하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 겁니다"라고 말했다.


한은구 기자·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