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경기가 좋지 않다고요? 우리는 아닙니다."


지난 16일 오전 8시 경기도 기흥에 자리잡은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삼성전자의 2분기 실적 발표를 몇 시간 앞두고 실적 추이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황창규 반도체 총괄사장은 이렇게 답했다.
뚜껑을 열어보니 과연 2분기 반도체 부문의 매출은 전분기 대비 13.2% 늘어났고 영업이익은 20.8%나 늘어났다.


특히 분기별 매출과 영업이익은 사상 최초로 4조원과 2조원을 각각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의 '캐시카우(수익 창출원)'역할을 해왔던 휴대폰 사업의 수익률이 하향세로 돌아서고 디지털미디어와 생활가전은 적자로 돌아선 마당에 반도체가 유일하게 버팀목 역할을 해낸 것이다.
황 사장 개인적으로는 연초 반도체 총괄사장을 맡아 비교적 만족스러운 성과를 낸 셈이다.


◆가격 선도력과 시장 창출력이 쌍두마차


황 사장은 "진작부터 고가 제품 위주로 차별화 전략을 추구해왔기 때문에 좋은 실적을 거둔 것 같다"며 "각종 디지털·모바일 기기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반도체 시장이 성장하고 있는 만큼 하반기 실적도 낙관한다"고 말했다.
향후 반도체경기를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 황 사장은 즉답을 피하면서도 "어쨌든 삼성전자의 수익력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특유의 자신감을 나타냈다.


삼성전자가 제공하는 반도체를 통해 새로운 디지털 시장을 열어갈 수 있다는 전망도 곁들였다.


실제 D램과 플래시메모리 분야에서 삼성전자의 시장 장악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플래시메모리의 경우 하이닉스가 지난 상반기에 시장에 새로 진입하고 마이크론테크놀로지와 인피니언도 연말께 양산에 나설 것으로 알려지자 15% 수준의 가격인하를 선제적으로 단행했다.


독보적인 원가경쟁력을 앞세워 경쟁업체들의 섣부른 도전을 차단하는 동시에 가격인하에 따른 시장확대의 효과를 거둔 것이다.


황 사장은 올들어 플래시메모리 사업비중이 전체 반도체 사업의 40%선에 도달하자 시스템LSI를 주축으로 하는 비메모리 사업에 눈길을 돌리고 있다.


3백㎜전용 시스템LSI 생산라인인 'S라인'이 내년 상반기에 완공되면 비메모리 분야의 생산능력이 크게 신장될 것이기 때문이다.


"기존 나노급 메모리 공정기술이 비메모리에 접목되고 3백㎜ 웨이퍼 전용라인이 본격 가동될 경우 생산효율은 비약적으로 높아질 것입니다."


삼성전자는 기존 메모리 라인을 비메모리로 전환한 2,3,4라인에서 1백50㎜ 웨이퍼를,5,6라인에서 2백㎜ 웨이퍼를 각각 생산하고 있으나 순수하게 시스템 LSI 전용라인을 구축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제2의 '황의 법칙' 나온다


황 사장은 최근 삼성전자 반도체부문의 눈부신 약진으로 지난 2002년 자신이 제기했던 '메모리 신성장론'을 입증하는데 성공했다.


당시 이 이론은 인텔의 공동 창업자인 고든 무어가 1965년 페어차일드 세미컨덕트의 수석엔지니어로 일하던 시절 주창했던 '무어의 법칙'과 비교해 '황의 법칙'으로 불려왔다.


반도체 칩 하나에 집적될 수 있는 트래지스터 수가 1.5년에 두배로 늘어난다는 것이 무어의 법칙이었다면 황의 법칙은 디지털기기의 반도체 수요 증가에 힘입어 반도체 집적도가 1년에 2배씩 늘어난다는 것.


황 사장은 그러나 다음달 공식 기자회견을 통해 반도체 성장론에 대한 새로운 이론을 주창할 계획이다.


"반도체는 진화를 거듭하는 IT의 핵심 부품입니다. 지금 당장 공개할 수는 없지만 반도체 성장의 새로운 모티브를 공유하는 내용이 될 것입니다."
세계 최고의 반도체학회인 VLSI도 벌써부터 그의 수정 이론을 고대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