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모럴 해저드 '충격'] 직원들 주식ㆍ옵션에 58억 날려

산업은행 직원들의 주식ㆍ옵션투자 파문은 국책은행으로서의 이미지에 큰 오점을 남길 전망이다.

산은은 국내 기업들의 동향에 대해 막대한 정보를 쥐고 있다는 점에서 불공정 거래의 시비를 낳기에 충분하다.특히 말단 직원뿐 아니라 1급 간부와 현직 임원, 전직 감사 등이 연루됐다는 점에서 도덕적 해이가 지적되고 있다.

유지창 산은 총재가 "가담 정도를 가리지 않고 엄벌에 처하겠다"고 선언한 것도 사안의 이런 심각성을 인식한 때문으로 보인다.

◆ 위험한 돈놀이의 시작 =정모 차장이 직원들의 돈을 받아 주식투자를 시작한 것은 지난 99년부터.동료 직원 3∼4명과 주식ㆍ채권에 투자한 그는 얼마 안돼 20∼30%의 수익을 얹어주는 수완을 발휘했다.

이 때부터 "주식으로 수십억원을 벌었다더라" "그 친구한테 맡기면 20∼30%는 금방 벌어준다더라"는 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정 차장을 큰 손으로 키워준 계기는 2001년 실시된 퇴직금 중간정산이었다.적게는 5천만원, 많게는 2억원가량을 받은 은행원들은 정 차장의 유혹에 하나 둘 걸려들었다.

이렇게 모여든 사람이 산은 직원만 60여명, 친지와 고향친구들까지 합치면 1백10여명에 달했다.

투자금은 58억여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파국 =그런대로 괜찮았던 투자 실적이 2002년 말부터 꼬이기 시작했다.

정 차장은 빨리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가장 위험한 투자수단으로 알려진 옵션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결과는 참패.

손실 규모는 눈덩이처럼 커져갔다.

검사반이 조사에 들어간 지난 5월 현재 손실금은 4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거래수수료가 15억원이었고 나머지는 매매손실이었다.

정 차장이 옵션투자에 승부를 걸게 된 결정적 이유 중 하나는 섣부른 자만심이었다.

3개월짜리 KAIST 금융공학 연수과정을 이수한 그는 "옵션투자를 잘 하면 몇배를 먹을 수도 있다"며 투자자들을 설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 발각 =돈을 맡긴 직원들은 손실이 얼마나 났는지 알지 못하고 있었다.

단초는 증권가에서 터져나왔다.

정 차장이 거래창구로 이용한 D증권에서 "산은 직원 하나가 주가 하락으로 13억원을 손해봤다"는 정보가 흘러나온 것이다.

금융감독원은 즉각 관련 내용을 산은에 통보했고 산은은 주식투자를 크게 하고 있다는 소문이 있는 정 차장을 불러들였다.

조사를 진행할수록 관련자들이 늘어났고 급기야 60여명의 명단이 만들어졌다.

◆ 설마 60명일 줄이야 =은행원들의 불법행위를 감시하는 최후의 보루인 은행 검사부 직원들까지 정 차장과 돈거래를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산은에서 감사를 지낸 K씨도 투자금을 맡겼던 것으로 확인됐다.

K씨는 "산은을 떠난 후 정 차장이 찾아와 돈을 맡겨달라고 해 그렇게 했다"고 해명했다.

◆ 내부자 거래 혐의없나 =정 차장은 자본시장실에 근무하고 있었다.

이 부서는 회사채 발행 주선은 물론 주식과 채권을 직접 매매하는 곳.산은은 정 차장이 맡은 업무가 주식ㆍ채권 딜링이 아니라 후선업무였으므로 내부자 거래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검사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주목된다.

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