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들이 지난주 후반부터 삼성전자 국민은행 포스코 현대자동차 등 한국증시의 핵심 블루칩을 대량 매수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연중최저치까지 급락했던 관련종목의 주가가 21일 일제히 상승 반전했다.
외국인의 블루칩 매수재개는 전날 앨런 그린스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장의 "미경제 낙관론"과 맞물려 이른바 "베어마켓 랠리"(약세장 속에서 일정기간 주가가 반등)에 대한 기대감을 확산시키고 있다.


◆외국인,핵심블루칩 매수 재개


외국인들은 삼성전자 주식을 지난 16일부터 이날까지 1천8백77억원어치 순매수했다.
덕분에 주가도 지난주 40만8천원(종가기준)으로 바닥을 찍은 뒤 완연한 상승세다.


경쟁사인 미국 인텔이 실적부진으로 고전하고 있는 것과는 대비되는 행보다.


날개없이 추락하던 국민은행도 같은 시기에 외국인들의 대량매수가 재개되며 반등에 성공했다.
3만1천원대까지 떨어졌던 주가는 지난주말부터 하루평균 1백억원에 가까운 매수세가 유입된데 힘입어 이날 3만3천3백원까지 올랐다.


포스코와 현대차 LG석유화학 등은 그 이전부터 꾸준히 외국인매수세가 이어지고 있다.


포스코는 7월중 이틀을 제외하고 외국인이 순매수를 기록,외국인 지분율이 사상처음 70%대로 올라섰다.
현대차도 외국인 지분율이 2001년 7월 이래 3년만의 최고치로 치솟았고 주가도 2주 동안 9.1% 올랐다.


LG석유화학도 현대차와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대규모 매수 기대는 시기상조


외국인들의 블루칩매수 재개 움직임과 관련,그동안 증시를 짓눌렀던 모멘텀 부재란 악재가 희석되고 펀더멘털(기업실적)에 대한 신뢰가 높아진 결과라는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씨티글로벌마켓증권 함춘승 사장은 "블루칩들의 실적호조가 이어지고 있는 지금 외국인들은 한국의 기관과 개인이 주식매수를 기피하는 이유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리먼브러더스 윤용철 상무도 "국민은행 3만원,삼성전자가 40만원 수준이면 역사적인 저평가 상태"라며 "외국인들은 관련 주가가 더 떨어져도 곧 회복될 것이라는 장기적 관점에서 핵심블루칩의 매수를 재개하고 있다"고 전했다.


BNP파리바 이승국 대표의 경우 "외국인은 삼성전자를 매도한 적이 없다"는 이색적인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삼성전자에 대한 외국인 지분율은 매도공세가 한창일 때도 항상 58% 안팎에 머물러 매도라고 보기 어렵다"며 "삼성전자 포스코 현대차 등이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중인 것을 감안하면 업종내 2등주와의 주가 차별화는 아직 덜 진행됐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시장에너지가 워낙 약화돼 있어 지난 3,4월과 같은 외국인의 대규모 매수세를 기대하기는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있다.
이승국 대표는 "수출증가가 설비투자로 이어지지 않는데다 신용불량자 양산으로 내수경기가 얼어붙어 있어 특별한 계기가 없는 한 외국인들이 블루칩을 공격적으로 사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내다봤다.


백광엽 기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