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돌아선 여수 민심

"여수에서 제일 좋은 회사 아닙니까. 그 회사 다닌다고 다들 부러워했지요. 그런데 파업이라니요. 우리 같은 택시기사보다 세배씩 월급 더 받고 다니는 사람들인데….다들 좋은 차 굴리고 공장이 쉬는 날엔 골프치러 다니고… 참 기가 막혀서…"

공장 점거,가동 중단,공권력 투입….LG칼텍스정유의 파업 태풍이 휩쓸고 간 20일 여수국가산업단지.한 택시기사의 불만 섞인 목소리가 노조원 전원이 빠져나간 공장 분위기만큼이나 공허하다. 평균연봉 7천1백60만원을 받는 근로자들의 '명분 없는 파업'은 여수지역 주민들에게 상대적 박탈감마저 안겨준 듯하다.택시에서 내려 들어간 한 허름한 식당 주인의 불만은 국가 경제에 대한 걱정으로까지 이어진다.

한창 바빠야 할 점심시간이지만 손님은 우리 일행뿐이다.

"내수경기가 안좋아 서민들은 죽을 판인데 제 몫만 챙기겠다고 파업이라니요.작은 회사들은 노조가 무서워 중국으로 옮겨간다고 하던데 그렇게 되면 내수는 더 안좋아질 것이고… 먹는 장사도 안되는 판인데…."공장 근로자들도 다 같은 서민이 아니냐는 질문에 식당 주인은 "LG정유 노조뿐만 아니라 요즘 큰 회사 노조는 모두 귀족이다"며 목에 핏발을 세운다.

LG정유 노조에 대한 동정론도 흘러나온다. 인근 석유화학공장의 한 근로자는 "지금쯤 LG정유 사람들 다 후회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만 있으면 제때 월급을 받을텐데 괜한 파업에 골치만 아프게 됐다"며 "민주화섬연맹 공동투쟁본부(공투본)에 협상권한까지 위임해 놓은 상태여서 빼도박도 못하는 상황이 돼버리지 않았느냐"며 혀를 끌끌 찼다.여수산단내 18개사와 공동파업키로 했던 공투본의 파업에 동참한 노조는 LG정유 한국바스프 등 4개사에 불과하다.

여수산단 내부에서조차 '이번 파업은 잘못 됐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여수=유창재 산업부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