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투데이] 싱가포르 차기총리의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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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E WALL STREET JOURNAL 본사 독점전재 ]
싱가포르 차기 총리내정자인 리셴룽 부총리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은 싱가포르 건국의 아버지이자 전 총리였던 리콴유의 아들이라는 사실이다.차기 총리의 과제는 '리콴유의 아들'이라는 것에서 더 나아가 보여줄 게 많다는 것을 국민에게 입증하는 것이다.
물론 저명한 집안 출신이라고 해서 선대와 비교하는 것은 후세에게 지나친 짐을 지어주기도 한다.
하지만 고위직을 지망한다면 비교당하는 것을 감수해야 한다.유명한 지도자의 아들로 태어났다는 것은 단점도 있지만 후광에 따른 정치기반이 이미 만들어져 있다는 점에서 유리한 것이다.
사실 민주주의 국가의 정치권에서 가문의 전통이 이어지는 사례는 비일비재하다.
미국만 해도 18∼19세기 해리슨 가문은 4대에 걸쳐 독립선언 입안자,국회의원,2명의 대통령을 배출해 거의 왕조라 할 만하고,지난 세기 루스벨트 가문에서는 지금도 미국의 역대 최고 지도자로 꼽히는 두 명의 대통령이 나왔다.현재 백악관 주인의 아버지도 대통령이었고,할아버지는 상원의원이었다.
하지만 싱가포르는 그 민주주의의 독특한 성격상 상황이 좀 다르다.
말레이시아에서 독립한 후 거의 40년간 이 나라에는 단 두명의 총리가 있었으며,집권당은 하나였다.국민행동당(PAP)은 반대파의 성장을 가로막으며 독점적 지위를 유지했다.
야당 지도자가 발언하면 다른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정치적 공방으로 넘어갈 수 있는 것도 싱가포르에서는 명예훼손 소송감이다.
야당 지도자 J B 제야렛남은 명예훼손 재판을 치르다 파산해 2001년 의원직을 박탈당했다.
싱가포르에서는 파산하면 국회의원 자격이 없다.
당연히 이 나라에는 야당을 하겠다는 사람이 많지 않다.
지난 총선에서 PAP는 75%의 높은 득표율로 전체 84석 중 82석을 휩쓸었다.
집권 세력이 이런 방법으로 권력을 유지해왔기 때문에 국가와 리 가문을 비판하는 세력에 자신이 그 자리에 합당하다는 것을 보여줘야 하는 부담이 차기 총리에게 있는 것이다.
차기 총리는 물론 지금껏 후계자 수업을 받아왔기 때문에 충분히 준비가 됐다고 말할지 모른다.
여전히 '선임장관'으로 불리는 부친을 포함해 경험 많은 관료들이 주위에 풍부한 것도 그의 강점이다.
차기 총리 자신도 부총리,재경장관,통화당국의 수장을 맡고 있다.
싱가포르의 경제 정책은 이미 오래 전부터 그의 소관이었고 올해 7.5%의 경제성장률이 예고돼 있다는 점은 자부심을 가질 만하다.
차기 총리의 최종 성적은 향후 경제 성적이 좌우할 것이다.
싱가포르 국민 대다수가 PAP를 지지해온 이유도 결국은 경제가 꾸준히 성장했기 때문이었다.
이 나라의 4백만 국민 중 많은 수는 1인당 GDP가 세계 최고 수준인 2만7천달러에 이르는 데 정부의 공이 컸다는 점을 알고 있다.
싱가포르 국민들은 "삶의 질을 올려주면 계속 권력을 보장해주겠다"는 일종의 '거래'를 통치자와 하고 있는 셈이다.
이웃나라 중국 정부는 이러한 '계약 관계'를 면밀히 연구해왔으며,배우고 싶어한다.
싱가포르 국민은 다른 나라들과 비교할 때마다 자국이 안정,평화,효율,반부패 면에서 얼마나 앞서 있는지를 알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런 장점들을 정치적 표현의 제약이라는 단점과 저울질하고 있을 것이다.
차기 총리가 앞으로도 국민에게 이런 '사회적 계약'이 손해보는 장사가 아니라는 것을 계속 납득시킬 수 있을지는 머지않아 밝혀질 것이다.
-----------------------------------------------------------------------------◇이 글은 월스트리트저널 21일자 사설 '리 총리'를 정리한 것입니다.
정리=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
싱가포르 차기 총리내정자인 리셴룽 부총리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은 싱가포르 건국의 아버지이자 전 총리였던 리콴유의 아들이라는 사실이다.차기 총리의 과제는 '리콴유의 아들'이라는 것에서 더 나아가 보여줄 게 많다는 것을 국민에게 입증하는 것이다.
물론 저명한 집안 출신이라고 해서 선대와 비교하는 것은 후세에게 지나친 짐을 지어주기도 한다.
하지만 고위직을 지망한다면 비교당하는 것을 감수해야 한다.유명한 지도자의 아들로 태어났다는 것은 단점도 있지만 후광에 따른 정치기반이 이미 만들어져 있다는 점에서 유리한 것이다.
사실 민주주의 국가의 정치권에서 가문의 전통이 이어지는 사례는 비일비재하다.
미국만 해도 18∼19세기 해리슨 가문은 4대에 걸쳐 독립선언 입안자,국회의원,2명의 대통령을 배출해 거의 왕조라 할 만하고,지난 세기 루스벨트 가문에서는 지금도 미국의 역대 최고 지도자로 꼽히는 두 명의 대통령이 나왔다.현재 백악관 주인의 아버지도 대통령이었고,할아버지는 상원의원이었다.
하지만 싱가포르는 그 민주주의의 독특한 성격상 상황이 좀 다르다.
말레이시아에서 독립한 후 거의 40년간 이 나라에는 단 두명의 총리가 있었으며,집권당은 하나였다.국민행동당(PAP)은 반대파의 성장을 가로막으며 독점적 지위를 유지했다.
야당 지도자가 발언하면 다른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정치적 공방으로 넘어갈 수 있는 것도 싱가포르에서는 명예훼손 소송감이다.
야당 지도자 J B 제야렛남은 명예훼손 재판을 치르다 파산해 2001년 의원직을 박탈당했다.
싱가포르에서는 파산하면 국회의원 자격이 없다.
당연히 이 나라에는 야당을 하겠다는 사람이 많지 않다.
지난 총선에서 PAP는 75%의 높은 득표율로 전체 84석 중 82석을 휩쓸었다.
집권 세력이 이런 방법으로 권력을 유지해왔기 때문에 국가와 리 가문을 비판하는 세력에 자신이 그 자리에 합당하다는 것을 보여줘야 하는 부담이 차기 총리에게 있는 것이다.
차기 총리는 물론 지금껏 후계자 수업을 받아왔기 때문에 충분히 준비가 됐다고 말할지 모른다.
여전히 '선임장관'으로 불리는 부친을 포함해 경험 많은 관료들이 주위에 풍부한 것도 그의 강점이다.
차기 총리 자신도 부총리,재경장관,통화당국의 수장을 맡고 있다.
싱가포르의 경제 정책은 이미 오래 전부터 그의 소관이었고 올해 7.5%의 경제성장률이 예고돼 있다는 점은 자부심을 가질 만하다.
차기 총리의 최종 성적은 향후 경제 성적이 좌우할 것이다.
싱가포르 국민 대다수가 PAP를 지지해온 이유도 결국은 경제가 꾸준히 성장했기 때문이었다.
이 나라의 4백만 국민 중 많은 수는 1인당 GDP가 세계 최고 수준인 2만7천달러에 이르는 데 정부의 공이 컸다는 점을 알고 있다.
싱가포르 국민들은 "삶의 질을 올려주면 계속 권력을 보장해주겠다"는 일종의 '거래'를 통치자와 하고 있는 셈이다.
이웃나라 중국 정부는 이러한 '계약 관계'를 면밀히 연구해왔으며,배우고 싶어한다.
싱가포르 국민은 다른 나라들과 비교할 때마다 자국이 안정,평화,효율,반부패 면에서 얼마나 앞서 있는지를 알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런 장점들을 정치적 표현의 제약이라는 단점과 저울질하고 있을 것이다.
차기 총리가 앞으로도 국민에게 이런 '사회적 계약'이 손해보는 장사가 아니라는 것을 계속 납득시킬 수 있을지는 머지않아 밝혀질 것이다.
-----------------------------------------------------------------------------◇이 글은 월스트리트저널 21일자 사설 '리 총리'를 정리한 것입니다.
정리=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