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 고수를 찾아서] (8) 전재현씨 ‥ 상권ㆍ수익률ㆍ업종 따져야

상가투자 전문가인 전재현씨(가명ㆍ37)의 사무실은 서울 강남에 있다.

일주일에 세 번 정도 사무실 문을 연다.사무실에선 1시간쯤 일을 본 뒤 곧장 현장으로 향한다.

최근엔 상가물량이 많지 않아 더 바쁘게 돌아다닌다고 전씨는 말했다.

전씨가 둘러보는 상가는 일주일에 열 개 정도.인터뷰는 두 시간 동안 진행됐다.

인터뷰 도중 '본인 이름이나 회사 이름을 밝혀선 안된다'고 몇 번이나 강하게 요청했다.

세무조사가 두렵기 때문이라고 했다.상가투자라는게 불가피하게 편법이 동원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솔직히 털어놨다.

현재 국세청 '블랙리스트'에 올라있다며 양해를 구했다.

◆ 부동산회사를 전전하다전씨는 대학졸업 후 곧장 건설회사에 들어갔다.

이때 태어나서 처음 '부동산'을 알게 됐다.

하지만 좀더 역동적인 일을 하고 싶었다.

회사를 미련없이 그만두고 분양대행사로 옮겼다.

중소규모 건설회사의 분양마케팅을 대행하는 회사였다.

아파트 및 상가 분양현장에서 3년 정도 일을 하고 나니 어느 정도 '감이 잡혔다'고 했다.

전씨는 지난해 말 직장생활을 정리했다.

강남에 10평짜리 조그만 사무실을 냈다.

그동안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소수 고객의 수익형 부동산을 관리해주고 있다.

월 임대수익 1천만원 이상을 올리는 고객이 스무 명쯤 된다고 했다.

월 2천만원 이상 올리면 '회장님' 칭호가 따라붙는단다.

이런 고객도 3∼4명 있다.

전씨는 지난해 '10ㆍ29' 조치 이후 부동산에서 '한국형 불황'이 닥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하지만 외국인 및 외국기업을 겨냥하는 오피스빌딩 같은 임대수익 상품의 투자가치는 더욱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전씨가 상가투자에 집중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 종잣돈 마련은 아파트 분양권으로

전씨가 본격적인 투자에 나선 것은 지난 2000년 초.

하지만 종잣돈이 없었다.

은행에서 2천만원을 대출받았다.

이 돈을 갖고 수도권 미분양 아파트를 찾아다녔다.

남양주 덕소 53평형 아파트가 눈에 띄었다.

한강조망권을 갖추고 있었고 경전철(중앙선 복선전철) 건설이 가시화되고 있는 단계였다.

계약금이 1천만원에 불과하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즉석에서 분양권 두 개를 매입했다.

마침 부동산시장이 급팽창하기 시작했다.

2천만원 주고 산 분양권 두 개가 6개월 만에 1억5천만원을 안겨줬다.

이 종잣돈을 바탕으로 상가투자에 뛰어들었다.

◆ '꼭지 전에 판다'

전씨가 맨 처음 상가투자로 주목한 곳은 경기도 용인시에 위치한 19평짜리 근린상가였다.

현장답사를 해보니 상가 바로 옆에 동사무소와 횡단보도가 있었다.

인근에 7천∼8천가구의 대단지 아파트가 있었고 배후인구는 총 2만5천명으로 추산됐다.

이번엔 인근 슈퍼마켓의 임대보증금을 조사했다.

보증금 1억원에 월 3백만원을 내고 있었다.

이 정도 가격이면 중심상권이라고 판단했다.

투자대상 상가는 슈퍼마켓보다도 오히려 나은 자리였다.

전씨는 이 상가를 3억9천5백만원에 분양받았다.

모자라는 돈은 은행 대출을 받았다.

1년 정도 보유하고 있다 4억8천만원에 되팔았다.

하지만 이 상가의 가격은 현재 6억5천만원선까지 올랐다.

계속 갖고 있었다면 더 높은 수익을 올렸겠다고 했더니 전씨 대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최종 매수자도 먹을게 있어야 매매가 원활할게 아니냐"고 답변했다.

전씨는 "향후 5천만∼1억원가량 더 오를 것으로 보고 (꼭지 전에) 팔았지만 예상보다 더 크게 올랐다"면서 항상 꼭지 전에 매도하는게 자신의 투자원칙이라고 설명했다.

◆ 최고 상품 아니면 쳐다도 안봐

전씨는 지금까지 분양상가에 많이 투자했다고 말했다.

중개업자들의 '손'을 덜 탔기 때문이다.

또 근린상가를 좋아한다.

단지 내 상가의 경우 가격거품이 심하고 쇼핑몰은 투자매력이 떨어진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때 항상 1층, 그 중에서도 가장 목이 좋은 곳만 고르는게 또다른 원칙이다.

그래야 수익을 남긴 다음 되팔기도 쉽다.

작년 초 서울 목동 23평형의 근린상가를 분양받았다.

4억1천만원짜리였다.

우선 상가를 운영할 임차인을 찾았다.

잘만 운영하면 매달 1천만원의 수익이 보장될 수 있는 자리였다.

대기업에서 명예퇴직한 사람이 빵집을 운영하겠다며 연락해 왔다.

보증금 1억원에 월 4백만원씩 임대료를 받기로 계약했다.

권리금 1억원을 별도로 받았다.

권리금은 순수 영업권으로, 국세청 조사에서도 잡히지 않는다는게 전씨의 설명.

장사가 잘 되는 곳일수록 권리금이 많이 붙는다.

계약 직후 이 상가를 6억8천만원에 매도했다.

보증금 1억원에 월 4백만원을 받는 고수익 상가란 점이 매수자의 마음을 크게 움직였다고 전씨는 설명했다.

◆ 신호등 개편 앞서 발빠른 투자

서울시의 버스체계 개편으로 전씨는 더 바빠졌다.

잇따라 신설되는 신호등 체계를 따라 '뜨는 상가'를 살펴보기 위해서다.

최근 강남대로 주변에 있는 7억5천만원짜리 상가를 매입했다.

전씨는 1억원의 차익만 남길 수 있으면 곧바로 매도할 생각이다.

그는 6개월 안에 이같은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기매수자가 있기 때문에 당장 팔아도 5천만원가량은 더 받을 수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전씨는 더이상 자신의 이름으로 상가를 사는게 부담스러워 차라리 '명의신탁'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비용은 건당 통상 2백만∼1천만원라고 했다.

전씨는 "상가가 유망하다고 해서 무작정 투자하면 반드시 실패한다"면서 "임대수익률과 업종을 꼼꼼하게 따져야 실패율을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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