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RONG KOREA] <과학문화시대를 열자> (4)기업 참여 늘려야

"기업이 과학교육을 지원하는 것은 사회적 의무입니다." 지난 5월 미국 포틀랜드에서 열린 인텔국제과학경진대회(ISEF)에서 패트릭 겔싱어 인텔 최고기술경영자(CTO)는 이같이 강조했다.

인텔은 지난 97년부터 해마다 1천여명 이상이 참가하는 세계 최대 과학경진대회인 ISEF를 후원하고 있다.행사를 총괄하고 상금만 3백만달러 이상을 지원한다.

인텔은 또 '미래로 가는 교육'이란 사회공헌프로그램을 통해 그동안 40만여명의 과학교사를 교육시켰으며,과학경연대회 개최를 위해서도 매년 수백만달러 이상을 쏟아붓고 있다.

선진국에서는 이처럼 기업들이 앞다퉈 과학문화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다.한국에 진출한 외국계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듀폰코리아는 지난 2002년 '듀폰 과학기술상'을 제정한 데 이어 올해는 과학문화재단의 '과학기술 앰배서더'사업과 과학도서보급사업을 후원하고 있다.

인텔코리아는 한국정보올림피아드를 지원하고 있으며,로레알코리아는 '여성생명과학진흥상'을 수여하고 있다.이에 비해 국내 기업의 과학문화 확산과 교육에 대한 투자는 많이 부족하다.

일부에서 각종 과학교육 프로그램 등에 참여하고 있지만 지원 규모나 내용면에서 외국에 비해 훨씬 뒤떨어져 있다.

과학관을 만들어 아이들에게 과학교육의 장을 제공하고 있는 곳은 삼성 LG 등 극소수에 불과하다.과학교실 등 체험형 교육프로그램을 지원하는 기업도 찾기가 쉽지 않다.

일부 대기업에서 시행 중인 연구원 자원봉사가 고작이다.

과학관련 행사를 후원하는 기업도 많지 않다.

각종 경시대회와 관련한 기업지원이 오히려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학생과학탐구올림픽'(과학교육단체총연합회 주최)의 경우 기업지원이 거의 끊겼으며,정보올림피아드(정보통신부 주최)도 외국계 기업의 후원에 의존하고 있다.

외국에서는 기업이름을 딴 과학행사나 전시관이 수두룩하지만 국내에서는 과학행사를 후원하기 위해 선뜻 주머니를 여는 기업이 드물다.

이같은 현상은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과 교육투자에 대한 인식이 아직 제대로 뿌리내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따라서 일부 대기업에서 어린이대상 과학문화보급사업에 참여하기 시작한 것은 큰 의미가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평가다.

삼성전자 LG화학 동부제강 동진세미켐 남부발전 등은 한국공학한림원이 주관하는 주니어공학기술교실 프로그램에 참가,올 1학기에 경남 대전 광주 등의 초등학교에서 70여회에 걸쳐 공학교실을 열었다.

2학기에는 SK텔레콤 대덕전자 중부발전 등 30여개 기업이 이 프로그램에 참여할 예정이다.

또한 기업 자체 프로그램으로는 포스코의 '어린이 철강캠프',LG화학의 '이동화학교실',삼성종합기술원의 '꿈나무 과학교실' 등이 꼽히고 있다.한국과학기술원(KAIST) 배두환 교수는 "국내 기업들은 단기간내 사업적 효과만을 노리기 때문에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과학교육 투자에 선뜻 나서지 못한다"며 "과학교육을 살리기 위해 기업들이 이제는 과학문화 확산에 앞장서야 할 때"라고 힘주어 말했다.

장원락 기자 wr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