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 '파탄' ‥ "처가가 빼돌렸다" 예비남편 부당이득금 반환소

로또 당첨금 34억원 때문에 결혼을 눈앞에 둔 20대 커플이 '파탄'을 맞고 있다.

경남 진해에서 노래방 종업원으로 일하는 J씨(27)와 동갑내기 C씨(여)는 어려운 집안 형편 때문에 결혼까지 미룬 예비부부.

이들은 인생역전의 유일한 방편이라는 믿음 하나로 매주 로또를 구입했다.

J씨는 지난 4월 하순께 C씨에게 로또복권 번호가 적힌 메모장과 5만원을 건네주며 "로또복권을 사두라"고 부탁했다.

복권 추첨당일인 5월1일 J씨는 자신이 조합한 번호가 1등에 당첨된 것을 알고 하늘을 날 듯이 기뻤다.

당첨금은 52억8천4백94만9천8백원으로 실수령액은 34억원.

J씨는 그러나 여자친구로부터 '사지 못했다'는 답변을 들었다.

실의에 빠진 J씨는 "너희가 들르던 복권판매점에서 1등이 당첨됐다"는 친구의 말을 듣고는 C씨를 추궁, "구입한 건 사실"이라며 "로또는 친정어머니에게 맡겼다"는 고백을 들었다.

문제는 로또 당첨금을 찾아오겠다며 친정에 간 여자친구가 연락을 끊은 사이 여자친구의 삼촌이 나타나 "로또 이야기를 또 꺼내려면 차라리 헤어져라"는 청천벽력같은 말을 꺼내면서부터.

잠시 돌아왔던 C씨는 옷가지와 화장품을 그대로 둔 채 잠적하고 말았다.

참다못한 J씨는 결국 국민은행에 1등 당첨금 수령자 조회를 신청하고 합의조로 2억원을 제시해온 C씨 가족들을 상대로 우선 1억1천만원의 부당이득금 반환청구 소송을 냈다.

J씨는 25일 "처가식구가 될 사람들이 당첨금을 빼돌린 것 같다"며 "잘못을 뉘우치고 돌아오더라도 다시 합칠지는 그때 가서 생각해봐야겠다"고 말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