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코스닥] (上) 개인이 떠난다

코스닥시장의 공동화가 심화되면서 고사위기에 처했다.

개인과 기관은 떠나고 외국인도 팔짱만 끼고 있다.주요 매수주체가 모두 코스닥을 외면하는 사이 지수는 수직 하강,사상 최저수준까지 내려왔다.

벤처열풍이 뜨겁던 지난 2000년 3월10일 2,834.4포인트까지 치솟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격세지감"을 느낄만하다.

올들어 지수단위를 상향조정하고 우량기업 30개로 구성된 '스타지수'도 만들었지만 매수주체와 모멘텀,주도주가 없는 '3무'(無)장세 앞에서 결과적으로 '백약이 무효'가 된 셈이다.◆매수 세력이 없다

코스닥지수는 지난 20일 연중최저치를 깬데 이어 22일과 23일 연달아 연중최저치 기록을 갈아치웠고 이날 끝내 사상최저치도 경신했다.

코스닥 침체의 첫번째 원인은 수급악화다.주식을 살만한 세력이 사라진 것이다.

코스닥의 주요 매수세력이었던 개인의 이탈이 치명타다.

지난 99년부터 작년까지 연간 단위로 5년 연속 순매수에 나섰던 개인은 올들어 순매도로 돌아섰다.개인은 올들어 지난 23일까지 9천4백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기관도 매도에 가담,4천억원 가량을 팔아치웠다.

외국인만 1조5천억원 가량을 순매수했지만 최근 들어 미국 증시 약세와 정보기술(IT)경기에 대한 비관론이 확산되면서 관망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코스닥시장에서 '파는 세력'만 남고 '사는 세력'은 없어진 상태다.

이같은 배경에는 심각한 수준에 이른 체력 부진이 자리잡고 있다.

특히 종전에 사상최저치를 기록했던 작년 3월17일(344.60)만 해도 코스닥의 거래대금이 2조3천억원 수준이었다.

그러나 이날은 거래대금이 4천억원을 밑돌 정도로 투자심리가 위축됐다.

이달 들어 23일까지 코스닥시장의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4천4백96억원에 그쳐 극심한 거래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문제는 거래 급감이 5월 이후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4개월 동안 일평균 거래대금은 △4월 9천7백71억원 △5월 7천5백70억원 △6월 5천5백55억원 등으로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향후 전망도 불투명

전문가들은 코스닥 침체 현상이 하루아침의 일이 아니라 그동안 누적된 악재의 결과물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당분간 반등세로 돌아서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매수주체가 없는 상황에서 반도체 액정표시장치 휴대폰부품 등 코스닥의 'IT 3인방'에 대한 전망도 어둡다.

거래소의 삼성전자와 같은 든든한 버팀목이 없는 점도 코스닥의 앞날을 어둡게 만들고 있다.

이영곤 한화증권 연구원은 "개인투자자의 주식매수대기자금인 고객예탁금이 7조7천억원대까지 떨어지는 등 꼬인 수급여건과 위축된 투자심리를 감안할 때 지수의 추가 하락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서정광 LG투자증권 연구원은 "세계 경제와 IT경기 둔화 우려 문제가 부각되고 있는 데다 하반기 기업실적 부진 전망 등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면서 "주가 급락으로 저가 메리트가 부각될수는 있지만 극도로 취약한 수급 상황을 고려할 때 저가매수세 유입도 여의치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