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상반기 영업익 1조] 정상화 급물살

하이닉스의 정상화 여부가 최종 판가름나는 날은 2006년 12월31일이다.

기업구조조정 촉진법의 적용을 받고 있는 하이닉스는 지난 2002년 채권단과의 협약에 따라 그날 모든 금융권 부채를 갚아야 한다.지난해만 해도 이는 도저히 불가능할 것 같았다.

3분기부터 영업이익을 내기 시작했지만 소폭이었던 데다 금융권 부채도 2조6천억원이나 됐기 때문이다.

더욱이 매년 '조(兆)' 단위의 투자를 필요로 하는 반도체 업계에서 채권단의 추가 지원 없이 사업기반을 유지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었다.하지만 올 상반기 실적은 이같은 우려를 불식시키기에 충분하다.

특히 40%대의 영업이익률을 선보이며 분기별 사상 최대 이익을 실현한 2분기 실적은 하이닉스의 저력을 유감없이 보여줬다는 지적이다.

올해 예상되는 영업이익은 2조원 안팎.금융권 부채 잔액은 1조5천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만약 하이닉스가 지금과 같은 추세를 이어간다면 향후 투자분을 제외하고도 2006년말 만기도래하는 부채를 모두 갚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하이닉스의 독자 생존은 그 어느 업종보다 부침이 심한 반도체업계에서 현 수준의 수익력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유지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고 볼 수 있다.◆ 실적 호전 배경

하이닉스는 지난 2001년부터 2003년까지 총 2조4천억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냈다.

만성적인 유동성 부족에 퇴출위기에까지 내몰렸지만 채권단의 대규모 출자전환과 만기연장으로 겨우 목숨을 유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 이후 찾아온 반도체 활황의 기회를 놓치지 않은 것이 하이닉스의 힘이었다.

현금 유동성은 늘 빠듯했지만 부족한 투자재원을 효과적으로 사용했다.

생산효율이 높은 0.13∼0.11㎛(마이크로미터) 공정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수익성이 높은 플래시 메모리 사업도 비교적 일찍 시작했다.

연초 월 2만장씩 생산되던 플래시메모리 웨이퍼는 월 3만5천장씩 출하되고 있다.

반도체 가격 상승-불량률 감소-생산량 확대-원가 경쟁력 향상 등의 4박자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면서 한때 자사를 인수하려 했던 미국의 마이크론테크놀로지보다도 좋은 사업구조를 가질 수 있게 된 것이다.

여기에다 대규모 자산매각도 경영을 안정시키는데 도움이 됐다.

하이닉스는 최근 비메모리반도체 사업을 미국 씨티그룹 계열사에 9천5백억원을 받고 매각한 것을 비롯해 지난 2001년 이후 총 2조5천억원에 달하는 비주력 자산들을 팔아치웠다.

본연의 D램 사업에 주력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된 것이다.

◆ 남은 과제는

하이닉스의 완전 회생 여부를 결정할 포인트는 역시 세계 정보기술(IT) 경기다.

일반적으로 반도체 경기는 계절적 요인에 의해 상반기보다 하반기가 더 좋다고 하지만 올해의 상황은 다르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만약 반도체가격 하락속도가 하이닉스의 원가절감 속도를 앞지를 경우 수익력이 쇠퇴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비메모리사업이 떨어져 나가면서 수익구조가 단선화된 것도 적지 않은 부담이다.

이에 대해 정승량 하이닉스 부사장은 "향후 D램 비중이 지나치게 높아질 우려가 있는 만큼 플래시메모리 생산을 연말까지 월 5만장으로 늘릴 것"이라며 "특히 플래시메모리 생산에 90나노(1nm=10억분의 1m) 공정을 3분기부터 적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상계관세 부과 등을 앞세운 미국 유럽 일본업체들의 '십자 포위망'을 돌파할 수 있느냐 여부도 관심사다.

미국 유진공장의 원가경쟁력이 본사보다 뒤처지고 있는 만큼 ST마이크로와의 합작을 통한 중국공장 설립이 긴요한 전략적 과제로 떠올랐지만 채권단의 승인 여부는 다소 불투명한 상황이다.

너무 시일을 끌 경우 예기치않은 난관에 봉착할 수도 있다는 것이 최대 고민이다.

세계 D램 제조업체들에 대한 미국 법무부의 반독점 조사도 단기적으로 실적을 악화시킬 수 있는 요인이다.

인피니언의 경우 이미 2억1천2백만유로의 충당금을 3분기(3∼6월) 회계에 적립해둔 상태다.하이닉스 측은 이에 따라 "아직 혐의사실에 대해 입증된 바는 없지만 소송 진행상황을 지켜보면서 3분기에 충당금 적립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