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경제시대-충남북·대전시] '벤처요람' 대덕밸리가 되살아난다

대덕밸리가 다시 활기를 찾아가고 있다.

'첨단 벤처산업의 요람' 대덕밸리가 선포된지 벌써 4년이 지났다.대덕밸리는 이후 벤처 거품붕괴와 함께 관심권 밖으로 밀리면서 급기야 대란설, 위기설까지 나돌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다시 대덕밸리가 주목받고 있다.

장기 불황속에서도 성장 기반을 다져온 벤처기업들을 중심으로 대덕밸리의 새로운 가능성이 떠오르고 있다.업계에서는 "대덕밸리가 이제서야 확실한 성장 틀을 마련한 것 같다"고 추켜세우며 '벤처산업의 메카'라는 명성을 다시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경영 성적표를 대변하는 매출 및 수익지표가 괄목할 만한 성과로 이어지고 시장 글로벌화, M&A 활성화 등 대덕밸리가 기술기반 구조에서 시장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올 상반기 대덕밸리 벤처업계는 이미 2백억원대의 매출을 기록한 기업들이 있는가 하면 4∼5년차 벤처기업들이 시장 진입 본궤도에 들어서는 등 잇따라 희소식을 쏟아내고 있다.올 상반기 대덕밸리 벤처기업의 수출 성과를 들여다 보면 유례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대전충남지부에 따르면 대덕 벤처의 수출 증가액이 매월 전년 동기 대비 1백%가 넘는 증가율을 보이며 뚜렷한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특히 올해 코스닥 황제기업으로 부상한 빛과전자(대표 김홍만)를 비롯해 아이디스(대표 김영달) 오디티(대표 이일) 등 3개 기업은 상반기에 이미 2백억원대 '수출 대박' 신화를 터뜨렸다.해빛정보(대표 박병선) 애니솔루션(대표 장영복) 등도 지난 6월까지 매출이 1백억원대를 넘어서는 등 무섭게 질주하고 있다.

또 올해 매출 목표 1백억원대를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예상되는 디앤티(대표 이양규)를 비롯해 에스이티(대표 이경희) 케이맥(대표 이중환) 레이트론(대표 김동철) 등이 '수출 대박 기업군'에 합류했다.

수출뿐만 아니라 대덕밸리는 인수ㆍ합병(M&A) 시장에서도 점차 주목받고 있다.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 M&A 바람이 가속화하고 있는 가운데 대덕밸리에도 'M&A 바람'이 몰아치고 있다.

대덕밸리가 조성된 이래 지금까지 성사된 M&A는 지난 2002년 4건, 2003년 1건 등 모두 10여건에 불과하다.

이 가운데 4건이 올 상반기에 집중됐다.

올 상반기 가장 큰 규모의 M&A는 지니텍(대표 박인규)과 네덜란드 다국적 반도체 장비업체인 ASM(대표 아더 델 프라도)사의 초대형 계약이었다.

M&A 규모는 1천8백40만달러(약 2백20억원)에 이른다.

현재 전 직원 고용승계와 처우개선, R&D 기능 지속과 생산시설 유지 등의 계약 내용을 추진하고 있다.

또 텔레포스 앤코모닷컴 등이 올 상반기 M&A를 성사시켰다.

저금리로 인해 자금 조달이 쉬워진 데다 감량 경영을 해온 기업들이 핵심 사업에 대한 자신감을 회복하면서 본격적인 차기 사업 아이템 발굴 차원에서 대덕밸리를 주목하고 있어 향후 M&A는 더욱 활기를 띨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제품 개발 단계를 벗어나 본격적인 시장 진입 체제로 들어서는 4∼5년차 벤처기업들의 성과도 눈에 띈다.

크레인 감시시스템 전문업체 두시텍(대표 정진호)은 창업 6년 만에 무인 항만자동화 시장을 장악해 전년 대비 수십배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

또 골프시뮬레이터 전문업체인 골프존(대표 김영찬)은 국내 시장점유율 70%를 차지한 뒤 해외시장에 뛰어들며 제2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이밖에 뉴그리드테크놀로지(대표 이형모)가 최근 세계 유수의 기업들과 프로젝트 수주전을 벌인 끝에 잇달아 대기업 제품 공급권을 따내는 등 많은 기업들이 본격적인 시장 진입 단계에 들어서고 있다.임채환 대전시 대덕밸리정책자문관은 "시장 진출에 어려움을 겪었던 대덕 벤처기업들이 마케팅 중심 경영을 펼치면서 서서히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며 "그러나 아직까지 많은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마케팅 지원 등 활성화 대책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대전=백창현 기자 chbai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