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8일자) 누가 산성체질 경제로 만들었나

박승 한국은행 총재가 우리 경제의 산성체질을 극복해야 한다면서 이른바 체질개선론을 거듭 강조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산성체질이 무엇인지 그 자체에 대한 의학적 엄밀성을 떠나 뭔가 우리 경제의 대사기능에 문제가 있거나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는 우려에서 나왔을 것은 그리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특히 지금의 우리 경제가 땀은 덜 흘리고 욕구만 높은 체질로 조로(早老)증세를 보이고 있다는 그의 지적은 충분히 공감할 만하다.

최근의 경제환경을 보면 그런 사례가 한둘이 아니다.

우리의 소득수준으로 보아 한창 성장해도 모자랄 경제임에도 불구하고 성장이냐 분배냐를 놓고 논쟁이나 벌이고 있고,아직도 그 점에서는 애매하기 짝이 없는 정부의 경제정책부터가 그런 분위기에 크게 일조하고 있다고 본다.일은 덜하고 욕구만 분출하는 풍토는 멀리서 찾을 것도 없다.

지금의 노동현장이 너무도 잘 보여주고 있다.

주5일제를 실시하면서도 노동계는 한치의 양보도 없다.임금이 그대로인 상태에서 근로시간이 줄어들면 기업의 인건비 부담이 그만큼 늘어날 것은 굳이 설명할 필요조차 없다.

그런데도 임금을 더 달라는 파업이 줄을 잇고 있다.

평균 연봉이 5천만∼7천만원선에 이르는 대기업 노조들까지 임금을 더 달라며 파업을 강행하고 있는 것은 그런 대표적인 사례라 할 것이다.그 뿐인가.

우리나라가 파업으로 인한 노동손실일수에서 주요국 중 압도적 1위라는 것은 후진적이고 투쟁적인 노동운동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의식이나 관행 등은 지극히 후진적이면서도 욕구로 치면 국민소득 3만달러인 나라와 다를게 없는 꼴이다.

고통은 감내하지 않으려 하면서 나만 잘 살겠다는 집단이기주의적 욕구 분출은 일일이 거론하기조차 어려울 정도로 지금 우리 사회 전반에 만연돼 있다고 해도 결코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그와 같은 상황에서 기업 투자가 살아난다면 그게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총생산에서 설비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2000년 이후 계속 하락, 1분기에는 8.9%로 1998년 8.4%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환란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지금 우리 경제를 놓고 일각에서는 일본식 장기불황과 유사하냐 아니냐에 대한 논쟁이 있지만 그게 중요한 것은 결코 아니다.일본과 다르다고 해서 우리 경제는 안심해도 된다는 얘기가 아니고 보면 특히 그렇다.

그 보다는 경제가 그만큼 어려운 국면에 있다는 현실을 직시하고 체질개선에 적극 나서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