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RONG KOREA] <과학문화시대를 열자> (7)표준문화 생활화

서울 강남에 사는 김모씨(42)는 동네 정육점에서 고기를 살 때 근 단위로 주문한다.

가게 주인은 6백g 전후로 고기를 잘라준다.김씨는 첨단 전자저울에 표시된 가격을 지불한다.

근 단위는 미터법 통일화로 사용할 수 없게 돼 있다.

그런데도 아직까지 6백g,3백75g 등으로 버젓이 통용되고 있다.근(斤)은 중국에서 2백23g,6백g 등으로 사용돼 왔다.

서양식 도량형인 미터법으로 통일된 지 41년이 흘렀지만 아직도 표준문화가 자리잡지 못하고 있다.

도량형 단위가 뒤죽박죽인 사례는 아주 흔하다.분양광고에는 아파트가 평단위로 소개된다.

그러나 취득 후 등기부에는 평방미터(㎡) 단위로 게재된다.

골프장에서도 홀의 거리를 표시하는 단위가 제각각이다.어떤 곳은 야드(yd)로,어떤 곳은 미터(m)로 표시돼 있다.

신설 골프장에서 미터법을 사용토록 법으로 권장하고 있는 게 고작이다.

이로 인해 골프를 시작하기 전 거리를 어느 단위로 사용하는지 확인해야 한다.

의류 신발 공구 등의 크기 단위도 어떤 때는 인치로,어떤 때는 미터단위로 표기된다.

미터법으로 통일돼 있지만 갖가지 사정으로 인해 인치 등을 병행 사용하는 경우가 수두룩하다.

인체 치수를 정확하게 알고 있는 사람이 많지 않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단위의 의미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가정용 전구의 단위를 정확하게 알고 있는 사람 또한 많지않다.

전기 단위인 kW(킬로와트)와 전력량을 나타내는 ㎾h(킬로와트아워)를 구별하는 사람은 흔하지 않다.

아예 표기조차 틀리는 사례가 흔하다.

'단위 정도 모른다고 무슨 일 있겠느냐'는 게 일반적인 분위기다.

단위 표기가 제대로 안되는 사례는 손으로 꼽을 수 없을 정도다.

커튼의 경우 중요한 기준인 차양정도가 제대로 표기돼 있지 않다.

선진국 가정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요리용 용량 컵과 계량 스푼도 찾아볼 수 없다.

아직도 어림짐작으로 물건을 사고 양을 조절하는 게 현실이다.

과학을 생활화하고 있는 선진국들과는 판이한 모습이다.

생활 환경도 표준화와는 거리가 멀다.

프랜차이즈 음식점은 점포마다 맛이 다르다.

식품에 들어가는 재료와 만드는 방식이 표준화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 맥도날드가 세계 어디서나 같은 맛을 내는 것과는 너무도 다르다.

각종 색채에도 표준이 있으며 시간에도 표준시가 있다는 사실 또한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다.

표준은 사회적 질서이자 약속이다.

표준화 수준을 보면 그 나라의 과학기술 수준을 알 수 있다.

선진국들은 표준화를 통해 과학기술을 생활화하고 있다.

표준화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해 전시회나 설명회를 개최하고 대중 매체 등을 통해 홍보를 강화해야 한다.

국가차원에서 표준화를 과학문화 확산을 위한 중요 사업으로 설정할 필요가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지적이다.한국표준과학연구원의 이정호 책임연구원은 "표준을 알고 지키는 것은 과학적 사고방식의 출발점이자 사회 선진성과 과학 수준을 가늠하는 척도"라며 "초등학생 때부터 표준의 중요성을 배우고 가르치는 것이 과학시민을 만드는 출발"이라고 밝혔다.

오춘호 기자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