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코너] 美대선의 정책 대결

미국 민주당의 전당대회장인 보스턴시 플리트센터는 당 대의원보다 3배 이상 많은 1만5천여명의 기자들로 북적댔다.

주요 언론사들은 60~70명의 기자들을 파견했다.행사장 입구 한켠에는 참석 인사들과 인터뷰하는 라디오 방송 진행자들의 속사포 같은 질문으로 귀가 멍할 지경이다.

전당대회의 가장 큰 역할은 대통령 후보와 부통령 후보를 지명하는 일이다.

존 케리와 존 에드워즈가 이미 오래전에 후보로 정해져 있어 지명 행사는 형식적일 수밖에 없다.케리와 에드워즈라는 민주당의 대선 상품을 국민들에게 좀더 널리 알리고 당의 단합을 과시하는 행사일 뿐이다.

찬조 연설이나 각종 행사도 모두 케리 후보 알리기에 초점을 맞춘 완벽한 각본에 의해 이뤄진다.

그런 각본의 저변을 흐르는 정신은 정책과 희망이었다.에드워즈 의원이 전당대회 사흘째인 28일 부통령 후보 수락 연설을 할때는 '희망'이라는 피켓이 춤을 췄다.

에드워즈는 연설 중간에 "희망이 오고 있다"고 외치면서 밝은 미래를 제시했다.

케리 진영은 찬조 연사들의 연설문도 미리 꼼꼼하게 점검했다.조지 W 부시 때리기를 최소화하고 희망과 긍정적인 전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였다.

긍정적인 전략은 정책 대결로 이어지고 있다.

공화당의 대부격이었던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의 아들인 론 레이건이 연사로 참석한 것도 정책 대결의 한 사례였다.

부시 대통령은 레이건의 후예라고 할 수 있다.

그런 부시와 싸우는 민주당 진영에 레이건 가족이 힘을 보태주는 것은 이례적이었다.

론 레이건은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제한하는 공화당에 반대하기 위해 마이크를 잡았다.

낸시 레이건 여사는 8월말 공화당 전당대회에 연사로 참석해 달라는 부탁을 같은 이유로 거절했다.

29일 케리의 대통령 후보수락 연설로 막을 내리는 민주당 전당대회는 제3자가 보기에는 완벽한 각본에 따라 진행되기 때문에 재미가 덜했다.

과거 들추기와 상대방 헐뜯기 같은 한국의 정치 문화에 익숙한 기자에겐 밋밋해 보였다.하지만 미래와 희망을 얘기하고 정책을 논하는 자리여서인지 뒷맛은 깔끔했다.

보스턴=고광철 특파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