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에] 대화, 조금만 잘하면 유쾌해진다..이정숙 SMG 대표

요즘에는 거의 하루도 빠지지 않고 자고 일어나면 유명인사의 말 한마디 때문에 온 나라가 들썩인다.

신문의 머리기사만 보아도 '음모론''색깔론''사죄론''돌파론' 등과 같은 지도층 인사들의 말싸움에 관한 내용으로 뒤덮여 있다.며칠 전에는 우리나라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영화배우 권상우씨가 한 시사회에서 국내에 체류 중인 일본 기자로부터 일본 방문계획과 일본의 한류열풍에 대한 질문을 받자 "'저희 나라'보다 문화의 질이나 양이 '우월'한 일본에서 한국 스타들과 문화에 관심을 가져 줘 감사하다"고 말했다는 비판기사가 실리기도 했다.

그가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공인이기 때문에 적어도 나라 앞에는'저희'가 아닌'우리'를 사용해야 한다는 기본적인 상식과 국가의 자존심을 훼손하는 발언을 해선 안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몰론 우리는 그가 겸손한 태도로 말하기 위해 '우리' 대신 '저희'로, '일본의 우월한' 등의 말을 했을 것이라고 짐작은 한다.

그러나 그의 말이 어떻게 해석될 것인지에 대해선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우리가 말하기를 어려워하는 것은 이처럼 말하는 사람의 의도와 상관없이 듣는 사람의 처지와 입장,가치관이 다양해 그 해석의 범위가 넓어지기 때문이다. 벌써 아득하게 느껴지긴 하지만 불과 몇 달 전에 겪은 대통령 탄핵 정국도 결국은 대통령의 말을 가지고 여야가 말꼬리 잡기 싸움을 한 결과의 한 전형이며,여전히 여야가 시끄러운 것도 말꼬리 잡기가 멈추지 않기 때문이다.

서로 말꼬리를 잡아 갈등을 일으키는 것 역시 말하는 사람의 의도가 듣는 사람의 입장에 따라 왜곡되기 때문에 멈추기 어려운 것이다.

말하는 사람은 듣는 사람이 어떤 해석을 할 것인지를 고려해서 해야 하는데 유명인사들마저 그것에 무신경함으로써 국가가 불필요한 사회비용까지 지불하는 상황에 처해지곤 하는 것이다.그러나 입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유명인사들의 말실수를 비난하면서도 정작 자기 자신은 함부로 말해 주변 사람들에게 무수한 상처를 입힌다.

더욱 위험한 것은 매일 얼굴을 마주보며 동고동락하는 직장 동료와 부하 직원에게 생각 없이 불쑥 말을 내뱉어 좌절과 가슴앓이의 통증을 안겨주고도 죄의식을 느끼지 않는다는 것이다.

심지어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가족에게까지 상대편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고 말해 상처를 입히고도 이를 탓하면 오히려 상대에게 자기 말뜻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고 비난한다.물론 말로 인한 상처는 주는 것만이 아니다.

상처받은 사람은 그것을 되갚으려고 하기 때문에 결국에는 서로 주고받게 된다.

이런 악순환이 거듭되는 한 우리는 항상 말에 찔리고 말에 멍드는 고단한 일상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그러나 말이란 조금만 가다듬으면 남을 해치는 흉기에서 남을 구원하는 구도의 마력으로 변한다.

희망이라고는 전혀 보이지 않는 절망 속에서 빠져 나오는 사람들은 대개 누군가가 던져준 한마디의 말이 구원의 빛이었다고 고백한다.

자기 암시를 투영하는 기도는 세계 어느 종교에나 존재한다.

그것은 자기 자신을 구원하기도 한다.

이것이 바로 말이 갖는 구도의 마력이다.

따지고 보면 우리 인생은 그렇게 대단하고 복잡한 것도 아니다.

그저 내 주변 사람들에게 따뜻함이 담긴 몇 마디의 말을 건네는 것만으로도 얼마든지 넉넉하고 편안하게 살 수 있다.

새 넥타이를 매고 온 동료에게 "넥타이가 너무 잘 어울린다"는 말 한마디만으로도 그에게 얼마나 큰 행복을 선사할 수 있는지 모른다.

"넌 왜 항상 그 모양이야? 내 그럴 줄 알았어"라는 말 대신 "너라면 얼마든지 해낼 수 있어.나는 너를 믿어"라고만 바꿔 말해도 인생은 밝은 햇살로 변한다.

듣는 사람이 내 말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를 고려하고 말한다면 우리는 말 때문에 상처를 주고받는 악순환에서 벗어날 수 있다.말하기 전에 단 2초만이라도 '내가 이 말을 하면 듣는 사람들은 어떻게 해석할까?'를 염두에 두고 말하는 습관을 기르자.대화로 인생을 유쾌하게 만들 수 있다.

/'유쾌한 대화법'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