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등록기업의 매도자와 매수자가 공모해 회삿돈 수십억원을 횡령,결국 해당기업을 부실기업으로 전락시킨 사건이 검찰에 적발됐다.


최근 이처럼 회사를 인수할 자금이나 경영능력도 없는 기업사냥꾼들끼리 코스닥 기업들을 인수.합병(M&A)하는 사례가 속출,선량한 투자자들이 큰 피해를 볼 수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회계사와 M&A 전문가까지 낀 조직 범죄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사부(국민수 부장검사)는 30일 기업 M&A 거래 당사자끼리 서로 짜고 횡령한 공금 수십억원을 회사 매매 자금으로 주고 받은 혐의(특경가법상 횡령)로 매도자인 코스닥 등록업체 ㈜사이어스 전 대표 이모씨(50)를 구속 기소하고 매수자 L씨(36)를 지명수배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또 이들의 거래에 적극 가담해 수억원의 중개료를 챙긴 혐의로 공인회계사 이모씨(43)를 구속 기소하고 또 다른 공범인 M&A 전문가 이모씨(49)를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씨는 사이어스 대표로 있던 지난 2002년 2월 보호예수 기간에 묶여 자신이 보유한 회사 주식을 팔 수 없었지만 L씨가 90억원에 회사를 사겠다는 제의를 하자 편법인 이면계약 형태로 회사를 L씨에게 넘기기로 합의했다.


이어 함께 기소된 공인회계사와 M&A 전문가들을 동원해 회사 자금으로 53억원 상당의 양도성 예금증서(CD)를 발행,L씨에게 건넨 뒤 자금 세탁을 거쳐 자신에게 중도금 50억원을 지급하도록 했다.


L씨는 이 외에도 회사 인수 후 계열사 지원 형식으로 회삿돈 수십억원을 추가로 횡령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따라 재작년 2월 당시 연간 매출 2백40억원,당기순이익 14억원의 견실한 회사였던 사이어스는 지난해 12월 매출액 1백20억원,단기순손실 1백50억원 상당의 부실기업으로 전락했다.


주가도 종전의 20% 수준으로 떨어져 소액 투자자들이 큰 손실을 본 것으로 드러났다.


◆편법노린 기업 사냥꾼들이 문제
이번 사건뿐만 아니라 최근 자기 돈이 없는 기업 사냥꾼들이 사채를 끌어들여 기업을 인수한 후 회사 자금을 횡령하는 등 회사를 사금고처럼 사용하는 일이 빈발하고 있다.


작년 6월 이모씨(33)는 사채업자로부터 60억여원을 빌려 코스닥 등록기업인 D사를 인수한 뒤 회사 자금을 횡령,이 회사를 코스닥시장에서 퇴출토록 해 지난달 법원으로부터 3년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이에 앞서 2002년 10월 코스닥 등록기업을 인수한 후 주식담보 대출을 통해 투자 원금을 회수,회사를 파산에 이르게 한 김모씨도 지난달 검찰에 고발됐다.
검찰 관계자는 "매수인과 매도인이 짜고 적극적으로 회사 자금을 횡령한 이번 사건은 회사가 어떻게 되든 상관하지 않고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모럴 해저드의 극치"라고 말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