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 출혈경쟁 '점입가경'..일부업체선 1천만원이상 깍아주기도

수입차 업계의 판촉 경쟁이 위험수위를 넘어서고 있다.

최장 60개월의 장기할부와 등록세 면제 등 파격 조건이 제시되는가 하면 일부 업체는 정상 판매가에서 1천만원 이상을 깎아 주는 출혈경쟁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고객 입장에서는 유리한 값에 차를 구입할 수 있는 측면이 있지만 "수입차는 먼저 사면 손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시장 질서가 흐려지고 있다.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BMW코리아는 최근 3시리즈 7개 모델을 대상으로 '선수금 0%'라는 파격적인 리스프로그램을 업계 최초로 내놓았다.

선수금을 한 푼도 내지 않고 최장 60개월 할부금을 내는 조건으로 차량을 구매할 수 있는 조건이다.이같은 파격프로그램은 올 상반기 3시리즈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 가까이 줄어든 3백20대에 그치면서 재고부담이 커진 결과로 보인다.

이미 대부분의 수입차 업체가 차량가격의 30%만 선수금으로 납부한 뒤 36개월 저리의 장기할부를 적용하는 치열한 판촉전을 전개하고 있는 상황에서 BMW의 이번 프로그램은 또 다른 자극제가 될 전망이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도 다음달 말까지 최고급 S클래스를 월 1백만원만 내면 구입할 수 있는 판매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C클래스의 경우 60만원만 내면 구입할 수 있다.

특히 행사 기간 중 구매 고객 10쌍을 뽑아 해외골프여행권을 제공하는 이벤트도 함께 벌이고 있다.

한국도요타자동차도 혼다코리아의 진출에 따른 시장방어를 위해 가장 많이 팔리는 렉서스 ES330모델을 구입할 경우 등록세와 취득세를 지원하는 사실상의 할인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도요타가 국내에서 영업을 시작한 이후 이같은 할인 프로그램을 마련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혼다코리아의 경우 마진 극소화정책을 통해 어코드를 3천만원대에 출시하는 초저가 박리다매 전략을 구사,단숨에 수입차 업계 4위에 오르면서 볼보 포드 다임러크라이슬러 등 경쟁업체를 연쇄 자극하고 있다.

이밖에 대규모 방송광고와 인기 드라마에 대한 PPL 협찬에 이르기까지 경쟁적으로 판촉과 마케팅을 강화,출혈경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최근의 할인판매 경쟁은 오는 9월 연식 변경에 따른 신모델 도입에 대비,판매부진에 따른 재고를 털어내기 위한 마케팅 전략이라는 분석도 적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A사의 경우 재고만 이미 1천대를 훨씬 넘어서면서 덤핑처리를 하고 있다는 소문에다 또 다른 B사가 조만간 한국사업을 정리할 것이라는 악성 루머까지 돌면서 업계 분위기가 흉흉할 정도"라고 말했다.내수 시장이 침체된 상황에서 수입차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질 경우 수입차 딜러들의 수익 관리에도 비상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