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거리로 나오는 中企人들

"기업들의 등급은 어떤 기준으로 나누고 등급에 따른 입찰규모 범위는 어떻게 됩니까."

"아직 개념만 있을 뿐 정해진 것은 없습니다.세부사항은 실태조사를 거쳐 결정하겠습니다."

"실태조사는 누구를 대상으로 어떻게 하실건데요."

"그것도 아직…."정부가 단체수의계약제도 폐지에 따른 대안으로 제시한 '등급별 경쟁제도'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정부 관계자들은 "정해진 게 없다"는 대답으로 일관했다.

등급별 경쟁제도는 단체수의계약을 '중소기업간 경쟁'으로 전환한 뒤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기업들이 공공기관의 계약을 독식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내놓은 제도다.

"소기업들의 하청업체 전락을 막기 위해 플라이급은 플라이급끼리,헤비급은 헤비급끼리 붙게 하겠다"는 게 정부측 설명이다.그러나 설명은 여기서 그칠 뿐 한 발짝도 더 나아가지 못한다.

다른 주요 대책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40년간 존속된 단체수의계약을 '한칼'에 폐지한다면 관련 중소기업협동조합이나 업체들의 반발은 불보듯 뻔하다.정부는 "중소기업들을 더욱 효율적으로 지원하는 대책을 내놓았는 데 왜 반발하느냐"는 입장이다.

그러나 중기인들의 반응은 차갑기만 하다.

가슴에 와닿는 내용이 없다는 것이다.

지난달 30일 개최하려다 결국 무산된 '단체수의계약제도 개편 공청회' 장소에서 최창환 가구연합회 회장은 "실효성있는 대안도 내놓지 않은 채 무조건 폐지하겠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 자리에 모인 5천여명 가운데 한 중소기업인은 "공청회에 와서 정부의 개편방향을 들으라고 해놓고 공청회 장소를 1백50명만 들어갈 수 있는 곳으로 택한 것은 중기인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주장했다. 그러니 기업인들이 길거리로 나설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항변한다.

제품 개발하랴,생산하랴,자금 구하러 다니랴 몸이 열개라도 모자라는게 중소제조업체 대표들이다.이들이 생산현장을 박차고 길거리로 나오게 만드는 정책은 그 방향이 잘못됐거나,적어도 정책알리기가 잘못됐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송태형 벤처중기부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