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터플스 '인생역전'..브리티시女오픈 19언더

'시즌 개막전 우승에 이어 마지막 메이저대회 정상까지.'

'무명'의 카렌 스터플스(31·영국)가 미국 LPGA투어 브리티시여자오픈(총상금 1백60만달러) 우승컵을 거머쥐며 화려한 스타로 탄생했다.스터플스는 2일(한국시간) 영국 버커셔주 서닝데일GC(파72)에서 열린 대회 4라운드에서 알바트로스 1개,이글 1개,버디 5개,보기 2개의 화려한 스코어로 8언더파 64타를 기록,최종 합계 19언더파 2백69타로 2위 레이첼 테스키(32·호주)를 5타차로 제쳤다.

시즌 2승째이며 우승상금은 29만8백80달러.2백69타는 지난 99년 도티 페퍼가 나비스코챔피언십에서 세운 여자 메이저대회 최소타 타이 기록이다.

스터플스는 최종일 1번홀(파5·4백85야드)에서 이글을 낚은 데 이어 2번홀(파5·4백75야드)에서 2백5야드를 남기고 5번 아이언으로 세컨드샷한 볼이 홀에 들어가는 기적 같은 '알바트로스'(파보다 3타 적은 타수로 홀아웃하는 것)를 기록하는 등 우승 운이 따라주었다.첫 두 홀에서 5타를 줄이며 선두를 질주한 스터플스는 영국인으로는 97년 US여자오픈 챔피언 앨리슨 니컬러스 이후 7년 만에 메이저 챔피언이 됐다.

스터플스는 주니어 시절 국가대표를 지냈지만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골프장 식당 종업원까지 했다.

특히 아버지는 딸의 골프 경비를 감당하기 어렵자 좋아하던 골프를 아예 끊었고 체조를 배우던 여동생도 언니의 미래를 위해 학업을 중단했다.스터플스는 "나를 위해 온 가족이 '올인'했다"고 표현했다.

그래도 형편이 나아지지 않자 스터플스는 고향에 있는 골프장 식당 종업원으로 취직,꿈을 포기하기에 이르렀다.

그때 골프장의 한 회원이 미 LPGA에 도전해 보라며 2천만원의 후원금을 내놓으면서 98년 퀄리파잉 토너먼트에 응시,공동 52위로 '컨디셔널 시드'를 받았다.스터플스는 99년부터 2001년까지 3년간 상금랭킹 1백위를 오락가락 하며 혹독한 적응기를 거쳤다.

2002년 '톱10'에 세 차례 들어 상금랭킹 46위까지 치솟은 스터플스는 지난해 입문 후 첫 시즌 평균타수 언더파(71.68타)를 기록하며 상금랭킹 35위로 올라섰다.

스터플스는 올해 들어 평균 드라이버샷 거리 2백66야드의 장타력에다 정확도 70%에 육박하는 그린적중률(69.8%)을 무기로 톱랭커로 발돋움했다.

한국선수 가운데서는 서닝데일과 멀지 않은 퍼트니에서 태어난 이정연(25·한국타이어)이 이날 3언더파 69타를 쳐 합계 10언더파 2백78타로 공동 8위에 오르며 유일하게 '톱10'에 들었다.10번홀까지 5타를 줄이며 상위권으로 뛰어 올랐던 박지은(25·나이키골프)은 17번홀(파4) 더블보기에 발목을 잡히며 합계 8언더파 2백80타로 지난해 챔피언 애니카 소렌스탐(34·스웨덴)과 함께 공동 13위에 그쳤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