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물가 4.4% 올라 스태그플레이션 우려] '重病경제' 이젠 물가걱정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지난 7월 소비자물가가 큰 폭으로 상승, '스태그플레이션'(경기 불황속 물가상승)에 대한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내수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 경제에 물가불안까지 겹칠 경우 치유하기 힘든 중병을 앓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이에 따라 인위적인 고(高)환율 유지나 담뱃값 인상 등 물가불안을 부채질하는 정부 정책도 전반적으로 재검토돼야 한다는 주장이 점차 설득력을 얻고 있다.

○ 스태그플레이션 현실화하나

대다수 경제전문가들은 아직까진 스태그플레이션의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최근 물가상승세가 '일시적인' 요인에 의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달 물가가 이례적으로 많이 올랐지만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물가는 여전히 3%대 초반에 머물렀다"며 "물가가 성장의 발목을 잡을 정도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조동철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도 "스태그플레이션이 되려면 물가상승률이 5% 안팎으로 치솟고 경기침체도 1∼2년은 지속돼야 하는데 그럴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진단했다.그러나 고(高)유가가 고착화할 경우엔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지적됐다.

배상근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스태그플레이션의 현실화 여부는 유가에 달려 있다"며 "대외변수에 취약한 국내 경제 구조를 개선해야만 스태그플레이션이라는 악령을 피해갈 수 있다"고 조언했다.

○ 손발 안맞는 정부정책물가와 관련해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정부 정책도 시정돼야 할 대목으로 지적됐다.

정부는 이동통신 요금과 건강보험 약가 인하 등을 통해 물가를 잡겠다는 입장이지만 수출업체들의 가격경쟁력을 뒷받침하기 위한 고환율 정책의 끈은 놓지 않고 있다.

환율이 인위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경우 수입물가가 올라 국내 소비자물가에 부담으로 작용하게 된다.

담뱃값 인상 추진도 물가에는 악재다.

정부는 국민건강 증진을 이유로 오는 10월1일부터 담뱃값을 5백원 인상하는 안(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상태다.

민간연구소 관계자는 "스태그플레이션은 한 번 빠지면 특별한 치유책이 없는 난치병"이라며 "정부가 수출위주의 성장정책에서 한 걸음 물러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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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태그플레이션 =경기침체를 뜻하는 '스태그네이션(stagnation)'과 물가상승을 나타내는 '인플레이션(inflation)'이라는 용어가 합쳐진 말이다.

경기가 하강곡선을 그리는 와중에 물가마저 뛰어 국민들의 어깨가 한없이 무거워지는 상태를 말한다.

스태그플레이션은 1970년대 초 '오일쇼크'로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당시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70년)인 폴 새뮤얼슨은 20세기 들어 처음 나타난 이같은 경제현상(불황+물가고)에 '스태그플레이션'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